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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를 감기약 사먹듯 한다면…/김세철(성의학칼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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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를 감기약 사먹듯 한다면…/김세철(성의학칼럼:1)

입력
1998.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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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땐 부작용 유발불구 터무니없는 값에 음성거래/전문의약품 지정 서둘러야먹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불법유통되면서 과장되고 잘못된 성지식이 범람하고 있다. 건전한 성생활은 물론 건강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다. 올바른 성의학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중앙대의대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 등 권위있는 남성의학 전문가들이 집필하는 칼럼을 신설한다.

전세계가 비아그라라는 파란 알약 때문에 열병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하루 4만여정의 처방전이 발급될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독일의 보험회사들은 비아그라 때문에 보험재정이 바닥날 것이라며 발기장애를 보험대상 질병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2년 전 국제학회에서 비아그라의 임상시험결과가 처음 보고됐을 때 정력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엄청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견했다. 역시 우려대로 비아그라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아그라는 현재 수입이 금지돼 있어 비뇨기과 전문의들조차 구경을 못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웬만한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구했는지 벌써 무슨 「비약」이나 되는 것처럼 한 두 알씩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암거래로 터무니없이 비싸진 약을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은 미국에서 이미 공인된 만큼 빨리 수입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따르는 게 자본주의시장의 생리이다. 아무리 정부에서 수입을 불허해도 외국여행객에겐 1병씩 지참을 허락하는 어정쩡한 상황에서는 비아그라의 유입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가 어렵다.

마약과 같은 향정신성 약물은 습관성과 부작용 때문에 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이용하도록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그러나 마약류도 필요한 환자에게 처방하면 묘약이 될 수 있다. 비아그라도 마찬가지다. 발기부전환자에게 적절히만 처방되면 신비의 명약이 될 것이다. 장기복용했을 때의 부작용등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저 힘이 부족한 남성이 먹었을 때 신통한 효과를 발휘하는 그런 막연한 약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의약분업이 되어 있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비아그라가 시중에 쏟아져나올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만일 감기약 사먹듯이 비아그라를 쉽게 복용하게 된다면 도움이 안될 사람들이 분별없이 구입해 외화를 낭비하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성을 쾌락의 도구로만 여기거나 호기심에서 성범죄등 엉뚱한 목적으로 이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정상인들이 약국에서 발기력 향상 목적으로 주사제를 구입, 남용하는 바람에 성불구자가 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를 막으려면 하루 빨리 의사 처방에 의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해야 할 것이다.<중앙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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