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조선에서는 이른바 잠수정침투사건이라는 또하나의 반북모략소동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시작되는 북의 노동당 외곽단체인 조평통(祖平統) 대변인의 성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꽉 차있다. 그 성명서의 내용중에는 진실이 단 한마디도 없는 것 같다.머지않아 남북이 통일이 되면(그 날이 언제일지 알 수는 없으나) 다 함께 살아야할 운명인데 식구중에 저렇게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 하는 자들이 끼어들면 살림을 함께 하기가 어렵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도 거짓말을 과거에는 곧 잘했다. 특히 정치권이나 역대의 대통령, 그 주변이 정직한 사람들의 집단은 결코 아니었다. 김대중대통령도 선거전에서 거짓말 잘 한다는 공격을 받자 『나는 약속을 어긴 적은 있으나 거짓말을 한 적은 없다』 는 「명언」을 남겨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거짓말」과 「정치」는 하도 밀접하게 붙어있어서 떼어놓는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북의 인민무력부의 담화문에서처럼 「훈련을 하던중 기관 고장으로 표류」니 「강릉앞 해상에서 좌초된 것으로 판단」이니 하며 생떼를 쓰고 있으니 6·25를 겪은 남북한의 화해가 아득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세찬 바람이 어떤 사람의 외투를 벗기지 못하고 오히려 따뜻한 햇볕이 그 행인의 겉옷을 벗기었다는 이솝의 우화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커다란 교훈을 주어온 것이 사실이지만 기원전 6세기의 이솝이 오늘 다시 태어나 북한의 지도층과 교제할 기회를 얻는다면 그의 「햇볕론」에 반드시 단서를 붙였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외투를 입고 가는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먼저 알아보라. 그가 24시간, 꿈속에서도, 거짓말만 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바람이나 햇볕으로 그의 외투를 벗길 생각을 아예 말라』 정 벗겨야겠으면 그의 가슴에 권총을 들이대고 「벗어라」하는 길 밖에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굶주려 죽어가는 북한의 형제들에게 남한에 잠수정을 밀파한 자들은 무슨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조금만 더 참으면 배부른 세상이 온다』고 되풀이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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