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12명 외부와 격리된채 작업/‘해외교포 증자약속’ 등 인정안돼경영평가위원회는 과연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은행들을 평가했을까. 「살생부」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가기준◁
은행 경영정상화계획 평가위원회가 살 은행과 죽을 은행을 판단한 잣대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이다. 특히 현재의 BIS비율이 아니라 증자 등을 통해 2000년 6월말까지 BIS비율 8%를 달성할 수 있을지가 기준이 됐다. 단 국제업무를 포기한 충북 평화은행은 「커트라인」을 6%로 낮춰 적용했다.
경평위는 재무상태가 불건전한 내국인 주주의 증자참여는 인정하지 않는 등 은행들의 증자계획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내렸다고 밝혔다. 외자유치의 경우 외환은행은 코메르츠은행에 의해 실사 및 주식가치 평가 등의 절차가 완료됐기 때문에 증자의 현실성을 인정해 줬다. 그러나 해외교포가 단순히 구두로 의사표명을 한 조흥은행이나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다른 은행들은 외자유치로 인한 BIS 비율 상승효과를 인정받지 못했다.
자산·부채에 대한 평가도 기존의 은행감독원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게 적용됐다. 예를 들어 은감원기준은 이자연체가 3개월미만인 경우 정상여신으로 분류하지만 경평위는 1개월 미만 연체된 경우만 정상으로 평가했다. 보유채권 역시 장부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했다. 양승우(梁承禹) 경평위원장은 『주가지수가 상승하고 환율과 이자율은 내려갈 것으로 예상, 거시지표 변동이 은행경영에 미칠 영향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평가과정◁
경평위가 구성된 것은 20일. 양승우 안진회계법인대표를 위원장으로 김홍기 삼일회계법인이사, 조태현 산동회계법인상무, 곽순동 세동회계법인전무, 이재술 안건회계법인상무, 이형래 영화회계법인부대표, 정진영 김&장법률사무소변호사, 성민섭 한빛법률사무소변호사, 안종길 명지대교수, 손상호 금융연구원박사, 이석근 앤더슨컨설팅이사, 윌리엄 헌세이커 ING베어링스증권부장으로 구성됐다. 특히 헌세이커부장은 외국투자자들의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발탁했다. 12명의 위원과 보조요원 등 총 40여명의 평가단은 인천 한국은행 연수원의 3, 4층 방 30여개를 빌려 외부와 격리된채 작업을 진행했다. 컴퓨터 복사기 종이 등 각종 비품을 자체적으로 준비했고 외부와의 전화연락도 통제됐다. 12개은행이 4월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서와 6대 회계법인이 5월1일∼6월8일 실사한 12개 은행의 자산·부채현황이 기본 평가자료가 됐다. 증자계획에 대해서는 주주와 경영진을 직접 불러 증자의사와 능력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이인구(李麟求) 자민련의원, 임창렬(林昌烈) 경기도지사 당선자 등 정치인들이 경평위를 방문, 외압시비가 일기도 했다.
경영개선계획 승인여부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이뤄졌다. 양위원장은 『상당수가 만장일치로 결정됐지만 일부는 의견이 엇갈린 곳도 있다』고 말했다. 9일간의 짧은 시간에 한국 금융사의 획을 그을 작업을 마친 경평위원들은 29일 새벽 이후 비로소 「연금」에서 풀려 집으로 돌아갔다. 은행감독원 직원들은 뒤에 남아 파지와 쓰레기를 깨끗이 소각, 흔적을 지웠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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