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미 살린 입기좋은 옷 만들래요”『지금까지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가 원하는 옷을 만들 생각입니다』
1월에 부도로 활동을 중단했던 중견 디자이너 이신우(57)씨가 재기했다. 이달 들어 화의신청을 낸 데 이어 24일에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본사 주차장에서 65벌의 남녀 추동복을 선보이는 패션쇼를 열었다. 『팔리는 옷을 만들겠다』는 말처럼 쇼에 나온 옷들은 이전에 비해 한결 정돈된 모습이었다. 『비닐 한지등을 소재로 이용하는 등 파격적인 실험은 접었지만 단순하면서도 젊은 옷이란 이전의 스타일을 그대로 살렸다』고 설명한다.
또 5개였던 브랜드를 「이신우」 「이신우옴므」 「이신우컬렉션」등 3개로 줄이고 국내 최초로 바이어주문에 따른 생산을 할 계획이다. 그는 『디자이너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구미처럼 바이어가 물건을 구매하는 방식이 자리잡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가장 큰 바이어가 되어야 할 백화점이 점포임대료만 챙기는데 급급하기 때문에 패션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번 부도로 서울의 대형 백화점들에서는 점포철수와 함께 판로가 막혔지만 부산 대구 대전 광주등 지방 8개도시의 매장 주인들이 이씨의 재기를 도왔다. 부도로 함께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이 수주를 해왔던 것. 24일 패션쇼는 그런 의미에서 여느 쇼와 성격이 달랐다. 호텔연회장이 아닌 주차장을 무대로 삼았다는 점도 그렇지만 바이어를 위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패션쇼 본래의 기능에 충실한 셈이었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중퇴하고 68년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의상실을 열면서 시작한 패션인생이 올해로 30년. 『작년까지만 해도 30주년 기념행사를 어떻게 할까 궁리했었는데 부도를 맞으니 그럴 필요가 없어지더군요』 몇달간의 마음고생을 이렇게 표시하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의욕에서 표정은 밝았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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