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던 서울 인사동의 거리 문화행사가 8월말까지 잠정 중단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지난해 4월부터 「일요일에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어 문화장터가 서고 전통민속행사가 펼쳐져 온 인사동은 그동안 내외국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평일에도 전통문화의 거리인 인사동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일요일에는 10만여명, 외국관광객만 5,000여명이 찾아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600년 고도(古都)」이면서도 볼거리가 많지 않은 서울에서 일요일의 인사동은 또하나의 활력 넘치는 구경거리를 제공해 왔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가 거리문화행사를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노점상의 난립과 「제2의 대학로」처럼 상업지구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존회는 문화행사를 중단하는 동안 당국의 협조를 얻어 노점상을 철거시킨 후, 일요일마다 문화장터 대신 문화이벤트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격조있는 문화이벤트만 유치할 경우 지금과 같은 인사동의 문화적·대중적 활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 100여개로 늘어난 노점상들은 문화장터가 서자 그 변두리에 따라 들어와 자리잡기 시작했고, 그들이 펼쳐 놓은 물건들은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흘러 들어온 공예품들이 주류를 이룬다. 그 물건들은 「국적불명」이라고 폄하되지만, 일요일 행사에서 심심찮은 볼거리를 제공해온 것도 사실이다.
문화장터에 나온 그림과 공예품, 부채·등잔·화로·연장 같은 전통생활용품과 함께 노점상 물건들도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되었다. 이러한 문화적 상품들은 인사동의 볼거리로서 계속 남아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시장적, 혹은 축제적 요소가 없이는 인파가 몰리지 않고 따라서 활력도 죽는다. 문화 관련 노점상들을 위해 일요일에 인사동 골목 하나를 별도로 지정해 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세계의 주요 도시에는 대개 가보고 싶은 벼룩시장들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노점상 중 인사동 이미지와 문화행사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의류좌판, 음식 리어카행상 등과 청소년을 겨냥하는 전자오락실 패스트푸드점 등의 난립이다. 인사동의 전통과 고유성을 지키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의 합심과 관할 구청의 단속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지역을 문화특구로 지정해서 보호해야 한다. 성급하게 문화행사를 중단하는 것 보다는, 애써 조성한 인사동의 이미지와 활기를 합리적으로 되살려 세계적 명소로 가꿔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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