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에 고위당정협의기구 설치여부에 대한 논의가 그치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공동정부 8인운영협의회를 가동하고 있으나 이것으로는 명실상부한 공동정권 운영에 미흡하다는 자민련쪽의 불만에 따라 이보다 상위기구를 만들기로 원칙적인 동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고위당정협의기구는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안기부장 대통령비서실장 및 양당대표 등 5∼6명으로 구성돼 공동정부운영에 관한 제반 정치적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한다.자민련이 고위협의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이유는 새 정부출범이후 국정운영이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회의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데 대한 소외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된다. 지난해 대선후보 단일화 당시의 합의정신에 비춰보면 자민련의 불만을 모를 바는 아니다.
그러나 양당간의 의논이 잘 돼 기구가 출범한다 해도 이 기구 자체가 던질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미리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고위협의기구는 자민련쪽의 발상이고 국민회의가 이에 소극적인 것은 알려진 대로이다. 자민련의 요구는 한마디로 공동집권의 기본전제였던 권력배분의 정치적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국민회의측은 이 기구가 대통령체제에 어울리지 않는 「정부내 정부」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하지만 자민련의 약속이행 요구를 무시할 수도 없어 곤혹스러워 하는 것같다.
그러나 고위당정협의기구는 결코 여여(與與)간의 문제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참석자들의 구성내용만으로 봐도 당장 이 기구는 안기부의 정치개입 의혹을 일으키게 돼 있다. 또 정부, 당정, 여여관계에 해당하는 모든 사안들이 의제에 오를 수 있고, 특히 정파차원의 타협이나 정치게임까지 이 기구를 통해 해결하자는 발상이 엿보인다. 따라서 결정의 성격이나 기구자체의 법적 근거 등을 싸고 논란을 부를 소지가 크다. 국민회의의 반대논리도 이와 유사하지만 동기는 다분히 정파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이 기구에 내포된 문제들을 소홀히 넘길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김종필 국무총리서리는 27일 이에 대해 『협의기구에 불과하며 국정의 최고책임자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총리서리의 이 말은 여여간의 파워게임에 대한 시선을 희석시키자는 뜻인 것같지만 기구의 필요성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고위당정협의기구의 문제는 결국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권력배분의 문제를 깨끗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국정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며, 공동정부의 성격과 방향을 양당이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문제가 정리안된채 새 기구를 만들어 봤자 오히려 잡음만 커질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