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출기준 ‘개인담보’ 중시/1,000만원 신청 대기업부장 낭패도『이제 직업은 신용의 척도가 아닙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이 빠르고 과감하게 진행되면서 직업에 높은 비중이 주어졌던 개인 신용평가 기준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IMF체제이후 미국 신용평가회사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이에 따라 은행을 비롯한 금융·보험회사들은 직업에 비중을 두었던 기존의 신용등급을 변경, 신용대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은행 개인여신 담당자는 27일 『최근 부실, 퇴출기업은 물론이고 그동안 후한 점수를 주었던 금융기관, 상장사 직원들까지 일괄적으로 신용 평점을 내렸다』며 『특히 상급으로 분류돼온 리스사, 종금사, 투자금융사 등 업종은 대대적인 구조조정 중에 있기 때문에 이들 업종 종사자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2단계씩 내렸다』고 말했다.
때문에 직장과 직급을 내세워 대출을 신청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모 대기업 부장인 신모(43)씨는 『최근 B은행에 1,000만원 신용대출을 신청했으나 은행은 거래실적 부족 등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난색을 표했다』고 서운해 했다. 신씨는 상장회사 부장급 이상의 경우 2,000만원까지 무보증 신용대출이 가능하다는 신용대출 한도기준까지 내세웠으나 『요즘 개인신용은 직업과는 무관하지 않느냐』는 창구직원의 설명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개인신용 평가기준도 바뀌었다. C보험사의 경우 IMF체제 이전까지 총점 140점 기준에 연간근로소득 60점, 직업군 40점, 근무연수 20점, 재산세 20점의 비율로 개인신용평점을 결정했으나 최근들어 연간근로소득, 재산세를 각각 5점씩 늘린 반면, 근무연수, 직업군은 5점씩 줄였다. 직장의 안정성 보다는 개인 담보능력이 중요한 대출기준이 됐다.
「안정된 직업」으로 통해온 공무원 및 정부투자기관 직원 등도 홀대받기는 마찬가지. 공무원도 평생직장이 보장되지 않는데다 연체 등 대출사고가 발생해도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퇴직금에 대해 채권보전을 할 수 없어 은행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
정부부처 7급공무원 정모(35)씨는 『최근 500만원이 급히 필요해 거래하던 C은행을 찾아갔으나 거래실적이 미미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뒤 보증인 2명을 세워 300만원을 빌렸다』고 말했다. IMF이전까지 공무원 7급이상은 1,000만원까지 무보증 신용대출이 가능했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IMF체제이후 사실상 「확실한 직업」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에 직업을 개인신용의 척도로 보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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