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외이사제도 개선방안/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외이사제도 개선방안/장하성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
1998.06.29 00:00
0 0

◎소액주주들의 직접추천/경영정보 접근권 등 독립성·전문성 보장 시급/사외감사制도 도입을사외이사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들을 대신하여 경영진을 감독, 감시하는 기능을 담당하여 경영투명성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사외이사 선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독립성과 전문성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서로 아는 사이에는 적당히 봐주기」 를 당연시하는 도덕적 위해(moral hazard)가 만연된 풍토에서는 전문성보다는 독립성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들은 상당수가 경영진과의 친분관계나 사회적인 지명도에 따라 선임됐다. 결과적으로 사외이사제도가 교수 변호사 등 명망가들의 부업으로 전락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독립성이 없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을 합리화하는 역기능을 할 위험이 있다. 최근 한 재벌계열사에서는 부실한 다른 계열사를 도와주는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사외이사들이 오히려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적도 있다.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경영진을 감독하는 독립적인 사외이사제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선임절차를 전면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사외이사를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추천하지 않고 소액주주들이 직접 추천하도록 해야 한다. 또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결의에서는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들의 의결권을 제한해야 한다.

사외이사들이 효과적으로 감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영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법 제도하에서도 사외이사는 사내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은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경영진이 협조하지 않는 한 경영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최근 한 상장기업의 사외이사가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자금지원에 대해 이사회에서 이의를 제기했으나 경영진들이 이에 대한 자료제공을 거부해 결국 저지할 수 없었다. 대주주나 계열사간 거래 등 주주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 사외이사에 배타적 승인권을 주는 정관 개정도 고려해 볼만하다.

사외이사들이 실질적으로 감시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감사의 추천이나 외부감사 회계법인의 선정, 임원들의 평가와 보수 등을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보수체계도 현재처럼 회의 참석비나 거마비를 주는 명목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서 사외이사들의 권한과 책임에 합당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사외이사제도의 개선과 함께 독립성을 가진 사외감사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현행 법은 주주총회의 감사 선임에서 어떤 주주도 3%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경영진이 단일후보를 추천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감사 선임이 불가능하다. 선진국의 경우에 사내감사라는 직책이 없으며 독립적인 사외감사위원회의 형태로 감사가 이뤄진다. 경영투명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고, 감사나 사외감사의 선임은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나 우리사주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일반주주들의 의결권만으로 결정하는 강력한 방안이 필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