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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름한 해병된 ‘삼풍 기적’/오늘 삼풍참사 3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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늠름한 해병된 ‘삼풍 기적’/오늘 삼풍참사 3주기

입력
1998.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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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석씨 “500여 영령 기대에 꼭 부응”『한 번 죽었다 살아남은 목숨인데 편한 생활에 안주하긴 싫었습니다』

29일은 삼풍백화점 참사 3년이 되는 날. 당시 참혹한 붕괴현장에서 매몰 230여시간의 사투끝에 극적으로 구조된 최명석(崔明錫·23)씨는 빨간 명찰과 일병 계급장이 어울리는 늠름한 해병대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씨는 지난해 11월 모 대기업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특채하겠다고 제의했지만 사양하고 해병대에 자원입대, 현재 서울 인근 해병 모사단 공병대대에서 교량전차병으로 복무중이다.

참사 당시의 서글서글했던 눈웃음과 하얀피부는 날카로운 눈매와 구릿빛 피부로 변했고 구조직후 거침없이 활달했던 신세대식 어투도 굵고 짧은 「군대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최씨는 여전히 삼풍사건의 「짐」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먼저 가신 500여명의 영령들이 항상 저를 지켜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단련치 않고는 결코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씨가 구조 직후 쏟아지는 각종 제의와 혜택을 뿌리치고 굳이 해병대에 지원입대한 것도 같은 이유다. 최씨는 『나태해지는 나를 추스르기 위해 또다른 극한 상황을 경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군생활동안에도 500여 영령의 못다한 삶의 무게를 느끼고 있다』는 최씨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해병정신을 체득해 뭔가 보람있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당시 함께 구조됐던 유지환(柳智丸·21·여)씨는 호주에 유학중이고 박승현(朴勝賢·22·여)씨는 근로복지공단에 근무하고 있다.<이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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