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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은행 퇴출과 경쟁력(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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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은행 퇴출과 경쟁력(社說)

입력
1998.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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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부실은행 퇴출정리가 임박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7일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달한 12개 문제은행에 대한 경영실사평가작업을 마무리, 이날 김대중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퇴출대상은 이미 예상됐던 것처럼 소형 후발시중은행과 지방은행 4∼5개정도로 알려졌으며 이들은 곧 영업정지와 자산·부채양도등 정리절차에 들어간다.반강제적으로나마 이뤄진 이번 퇴출은「은행도 망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를 국내금융사상 처음으로 깨우쳐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방만한 은행경영과 부실한 여신운용을 자율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금융시장 메커니즘의 확실한 퇴출시스템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시점에서 우리는 엄청난 국민부담까지 지우며 왜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부실은행을 퇴출시켜 금융산업의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말할것도 없이 그것은 금융시장의 엄격한 경쟁여건조성을 통해 그기능을 효율화, 활성화시키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금융의 활력없이 경제의 활력은 기대할 수 없다. 구조조정은 공정한 경쟁체제로 들어가기위한 스타트 라인을 정비하자는 작업이다.

소형은행 몇개의 퇴출이 과연 이같은 구조조정 목적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장충격을 우려해 과감한 청산대신 부실은행을 건전한 은행에 인수시킴으로써 더 큰 부실은행을 낳지 않을까 오히려 우려된다. 대형화의 논리도 설득력이 없다. 대형은행의 탄생은 세계적인 규모로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는데 예컨대 외환은행과 국민은행을 합병해봐야 세계 86위권을 맴도는 수준이다.

자구노력을 전제로 이번에 조건부 승인을 받아 퇴출이 유보되는 여타 대형은행들의 난무하는 합병설등 무작정 덩치 키우기가 과연 경쟁력을 키우는 유일한 해답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은행간 합병은 서로의 업무영역에서 취약부문은 과감히 버리고 강한 부문만 살려서 합칠때, 또 시장 장악력면에서 지역적 보완성이라도 살릴수 있을 때 그나마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제 금융의 구조조정은 비로소 시작이다. 자유로운 경쟁여건 조성을 위한 제도개혁도 서둘러야 한다. 안이하게 구조조정의 겉모양새만 갖춘다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회복되는 것이 아님을 정부는 다시 한번 유념해 주기 바란다. 그동안 퇴출은행 선정과정의 정치권 입김등 형평성 시비도 없지 않았다. 퇴출처리 과정의 예금인출사태와 금융시장의 자금경색 등 적지 않은 부작용도 예상된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빈틈없는 사전대응을 아울러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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