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겨냥한 핵무기는 다른 곳으로 돌려놨지만 가슴 속에 담아둔 응어리는 풀지 못했다.27일 열린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간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더 이상 상대방을 향해 핵미사일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89년의 천안문 광장 민주화 시위탄압과 중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클린턴이 유감의 입장을 확실히 밝힌 반면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맞서 의견 차이가 뚜렷함을 확인했다.
이날 양국 정상 회담은 「21세기의 전략적 동반자관계」라는 선언적 합의를 이끌어 내며 47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양국은 서로 다른 사회체제와 이데올로기, 가치관, 문화전통을 갖고 있다』는 합의를 덧붙여야 했다.
◇합의사항
양국 정상은 핵미사일 조준해제 협정을 타결지었다. 江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더이상 적대국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밝혔고 클린턴은 『오늘의 합의는 보다 안전한 세계를 향한 진일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또 아시아 경제위기와 관련, 더이상 아시아 각국 통화의 평가절하가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관심의 초점이 됐던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우리만이 이 드라마의 배우는 아니다』라며 일본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일본의 엔저 방지대책을 촉구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 강행과 관련, 양국 정상은 서남아시아의 안정이 중요하다는 데 합의하고 중국이 이 지역의 미사일 및 핵무기 통제에 협력키로 했다.
◇미합의사항
클린턴 대통령은 천안문 사태에 대해 『우리는 아직까지 당시 발생했던 것들의 의미에 관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 결사, 종교의 자유는 세계 모든 인류의 권리로서 유엔 헌장에 의해 승인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체제인사의 석방문제에 대해 江주석은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보장된다』며 미국의 끈질긴 인권문제 거론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이 미국에 요구한 선제 핵공격 포기선언과 미국이 중국에 요구한 미사일 기술의 판매중단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밖에 미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데 동의했고, 중국은 미국이 요구한 대만 및 티베트와의 적극적인 대화 노력에 대해서는 분명한 언급을 피했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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