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는 거짓… 침투용품 수두룩/동북쪽으로 필사 탈출 기도/野山 매복용 내의·점퍼 휴대/정찰국 소속 공작원 확실시22일 강원 속초시 동쪽 11.5마일 우리영해에서 북한잠수정이 발견된 다음날 북한측은 『잠수정 한척이 훈련중 기관고장을 일으켜 표류중이라고 교신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5일 철야로 진행된 인양잠수정 내부조사결과 명백한 침투임을 증명하는 증거물들이 속속 드러났다.
국방부는 이에따라 23일 발표하기위해 준비했다가 보류해 두었던 강도높은 대북성명서를 26일 발표하면서 북한측에 「책임있는 해명과 관련자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가시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최근 남북화해 분위기를 고려, 신중론을 견지하던 국방부가 이같이 단호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대남침투공작원만이 가능한 집단자살, 잠수정내부에서 침투용 유류품 등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우선 북한주장대로 표류였다면 당연히 해군이 출동했을때 국제공인주파수를 통해 『표류중』임을 알리고, 승조원들이 선체위에 올라와 구조를 요청해야 당연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잠수정은 우리어선에 발각되자 해군이 출동하기까지 30여분동안 동북쪽으로 선수를 돌리고 무리하게 기관을 가동하면서 달아나려다 균형을 잃었다.
또 우리해군이 수중통신기와 망치로 4시간여에 걸쳐 끈질기게 투항을 권유했음에도 북한 잠수정은 이에 불응하고 오히려 북한과 교신을 시도하는 등 필사적인 탈출을 기도했다.
잠수정내에서 발견된 유류품은 가장 확실한 침투의 증거이다.
특히 승조원들이 여름날씨에 맞지 않은 겨울내의, 반코트 점퍼 등을 입은 이유는 육지에 침투, 매복 야산등의 생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특수작전요원들의 분석이다. 더구나 바깥 해치와 내부 해치사이에서는 공작조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자기에 포장한 미제 산소호흡기와 오리발세트 잠수복 신발등 육상침투장비도 발견됐다.
96년 9월 강릉 안인진리에 침투했다가 발각된 상어급 잠수함에서도 발견된 RPG7 휴대용무반동포는 조준경을 부착하면 야간사격도 가능한 간첩선의 필수장비. 북한 잠수정이 해상에서 아군경비정과 조우할 경우, 이를 발사한 뒤 잠수, 탈출하기위해 이 장비를 휴대한 것으로 군은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는 또 잠수정 내부에서 발견된 9구의 시체중 권총으로 자살한 4명은 분명히 대남침투를 주임무로 하는 공작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항복은 없다. 다만 자폭만이 있다」는 교육을 받은 이들 4명이 대남침투 목적과 경로등이 밝혀지는 것을 우려, 나머지 승조원들을 사살하고 자신들도 자살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것이다. 대남침투의 특수임무를 띠고 고도의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행동이다.
국방부는 이와 함께 96년 강릉잠수함침투사건때 생포된 이광수(李光洙)씨가 이들의 소속을 「인민무력부 정찰국 소속 22전대」라고 단정지은데 주목하고 있다. 22전대는 북한이 군사첩보수집, 요인암살, 납치등 각종 대남공작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잠수함을 이용한 수중침투를 목적으로 95년 7월 창설한 부대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북한의 주장처럼 훈련중 표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침범한 우리영해는 공해상과 0.5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데다 비밀병기인 잠수함 내부를 그대로 보존한 점 등이 이같은 추정의 근거이다. 그러나 잠수정 발견당시 해당해역의 조류가 북상중이어서 이같은 추정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정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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