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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강압수사라니(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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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강압수사라니(社說)

입력
1998.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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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관이 검사시보를 폭행한 사건(6월26일자 한국일보 23면)은 우리 검찰이 아직도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수사관행에 젖어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창원지검 수사관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조사중 주먹과 구둣발로 피의자를 때리고 의자로 내리치는 등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목격한 예비검사가 사석에서 이의를 제기하다 건방지다고 뺨을 맞았다는 것이다.그 예비검사는 5월초 수습근무를 시작한 이래 수십번 그런 광경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같은 방의 검사는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다른 검사가 피의자를 때리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검사마저 피의자를 폭행한다니 어이가 없다. 쉬쉬하던 검찰은 문제의 수사관을 인근 소도시 지청 근무로 발령을 냈을 뿐 검사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법 정의 실현이라는 이상을 품고 실무세계에 첫발을 디딘 수습검사가 현실의 벽 앞에서 느꼈을 좌절감이 안타깝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번 미국방문때 국민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인권국가를 만들기 위해 인권법을 제정하고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천명했다. 검찰도 세계 인권선언 50주년을 맞아 모든 형사피의자의 국선변호제 시행방안을 연구하는 등 의욕적인 인권신장 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법령을 만들어도 일선 수사기관의 강압수사 관행이 없어지지 않으면 인권개선은 공허한 말잔치로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조인 모두가 강압수사를 뿌리까지 도려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자백이 증거의 왕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법원이 고문, 폭행, 협박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판례도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아직은 법관들이 피의자 진술조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어서 수사관들은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 때리고 협박하고 회유하는 전근대적인 수사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판사들은 물론 모든 검사와 변호사들이 사건을 다룰 때 수사과정에서 강압이 있었는지를 철저히 가려내 폭력이나 협박으로 인한 자백을 증거에서 배제시킨다면 강압수사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제도와 법령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인권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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