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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빚독촉 ‘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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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빚독촉 ‘무리수’

입력
1998.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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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별 組편성 한밤 전화 “법적조치” 협박성편지 등 상반기 결산 앞두고 극성회사원 노모씨(37·서울 동작구 신대방동)는 퇴근후 부인이 『집에 차압이 들어오게 됐다』며 울상을 짓는 바람에 가슴이 덜컹했다. 알고 보니 직장선배가 3년전 주택은행에서 400만원을 빌릴때 보증을 섰는데 선배가 이를 갚지 않자 은행에서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다.

노씨가 보증을 선 직장 선배는 은행측과 만기연장 협의가 잘 되지 않아 시간을 보내면서 두달간 이자가 밀려 원리금 419만원이 연체된 상태였다. 이 정도 연체가지고 보증인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내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작 노씨를 화나게 만든 것은 편지의 내용이었다. 25일 배달된 편지에 「25일까지 차주가 완납하지 않을 경우 귀하의 재산에 대해 법적조치를 하게 된다』고 씌여 있었다. 노씨는 『우량은행이라는 곳이 이정도이니 다른 은행들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반기결산을 앞둔 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무리한 방법으로 빚독촉에 나서고 있어 가뜩이나 움츠려든 서민들의 가슴을 무겁게 하고 있다. 특히 6월말 결산에서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은행들은 전 직원을 동원하다시피 해 연체대출금 독촉에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은행들은 지점별로 전화당번조를 편성, 업무시간이 아닌 한밤중에 집으로 전화, 집안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 채무당사자들에게 충분히 알리기도 전에 보증을 선 회사 동료나 상사에게 전화독촉을 하는 경우도 많아 불만을 사고 있다.

A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3개월 이상 연체되는 경우 회수에 나서는게 보통이었지만 이자가 1개월 연체된 「요주의여신」에도 충당금을 쌓도록 감독규정이 바뀐 탓에 연체대출 회수에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감독원에 설치된 분쟁조정실에는 무리한 대출금 회수와 관련한 상담이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채무당사자보다는 보증인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보증인들로부터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은감원측은 밝혔다. 이한구(李漢九) 분쟁조정실검사역은 『채권을 회수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무리한 방법동원에 앞서 충분한 통보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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