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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伊 경제 中企가 이끈다/鄭泰翼 駐이탈리아 대사(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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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伊 경제 中企가 이끈다/鄭泰翼 駐이탈리아 대사(한국시론)

입력
1998.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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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기업수의 99% 차지 생산품 특화 경쟁력 높아 투철한 장인정신도 한몫”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의 불균형 구조를 개선하기위해 정부가 중소기업의 중요성에 눈을 돌리고 강력한 지원체제에 나서고 있다.

필자가 대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중소기업을 기반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고용을 진작하는데 성공한 대표적 모델이 되고 있어 우리 중소기업정책수립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탈리아의 중소기업은 숫자면에서 다른 어느 나라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구조가 소규모화, 다원화 되어 있다. 유럽연합(EU) 15개 국가 전체 중소기업 1,600만개 가운데 4분의 1 가량이 이탈리아에 있다고 하니 가히 짐작할 만하다. 제조업 분야만 보아도 200명 미만을 고용하고 있는 이탈리아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수의 99.3%를 차지한다. 또 이들 중소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인력도 전체 제조업 근로자의 75%에까지 달한다.

제조업 분야에는 54만개 중소기업이 500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니 업체당 평균 종업원수는 1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와같이 작은 이탈리아 중소기업들이 만드는 제품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패션상품, 중동왕실과 국제 일류호텔을 장식하는 호화가구에서부터 공작기계, 고도정밀전자, 자동차, 엔지니어링및 항공산업등 하이테크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발전,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 다른 선진국가들에 비해 잘 살지 못하는 인상을 주던 이탈리아가 G7의 일원이 되고 10년전에는 국내 총생산 규모가 영국을 앞질러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 경제국가로 부상한 배경은 이들 중소기업들 덕분이다. 이탈리아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누리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업체별 전문화가 되어 있는데다 투철한 장인정신속에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는 지방특성에 따라 2,000∼3,000여 중소기업군으로 구성된 산업특화지역이 전국에 200여개나 산재해 있으며 그 속에서 각 기업들은 제각기 국제수준의 특화된 제품을 생산, 세계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시 이탈리아중소기업 한 곳에서 만든 작업복이 유일하게 채택되어 방사능 제거 작업이 가능했다고 하니 이탈리아 중소기업의 전문성이 어느정도인지를 말해주는 한가지 예라고 하겠다.

누대로 가업을 이어오는 전통적인 장인정신과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천직의식의 직업관은 독보적인 창의성을 발휘케 한다. 한마디로 예술가적인 세련된 미적 감각과 숙련된 기술자의 탁월한 손재주 때문에 부가가치가 높은 세계최고 제품을 만들수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은데서 장점이 있다. 소량 다품종 생산체제로 세계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음은 물론 경기변화에 따라 신축성있게 업종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60년대말 이후 대기업들이 노사분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소기업들이 붐을 이룬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또 이탈리아 중소기업은 지역사회 유관 지원단체 또는 대기업과 분업및 협력체제를 잘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품질관리 제품제조 기술축적 숙련공 육성에 전념하는 대신 유관지원단체 또는 대기업은 마케팅전략수립 유통망관리 R&D투자재원조달등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중소기업의 여러가지 장점은 우리 중소기업 발전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하겠다. 이탈리아 중소기업의 장점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중소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일깨워주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특히 첨단기술 이전및 합작투자형태의 양국 중소기업간 협력은 우리가 현재 겪고있는 국난 극복에도 많은 도움을 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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