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가 몰고온 극심한 불황과 대량해고의 충격이 우리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IMF체제이후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이 겪는 취업난은 안타깝기 짝이없다. 학부모들의 허리 휘는 학비부담과 각고의 면학끝에 졸업을 맞았으나 직장문을 두드려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채 졸업과 함께 실업자가 되는 가혹한 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최근 취업전문지 「인턴」이 30대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9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공채계획 여부를 조사한 결과 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19개에 불과했다. 780개 기업은 아예 채용계획이 없고 나머지 100여개 기업도 수시채용이란 원칙만 세워놓고 있다고 응답했다.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조차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인원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실정이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치고, 거의 모든 분야가 생존을 위한 고통스런 구조조정 과정을 겪고 있는터에 기업으로서도 인력의 신진대사를 위한 연례적 신규공채마저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가 간다. 있는 인력 줄이기도 다급한 판에 인력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젊은 세대는 오늘의 경제위기에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자리는 찾아봐야 막혀있고, 대학원에 진학하자니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고, 군에 입대하자니 경쟁이 치열해 벽에 부딪치는 사면초가의 궁지에 내몰리고 있는 현실은 가슴아픈 IMF체제의 새 풍속이다.
내년봄 대졸 예정자만 해도 19만명 안팎으로 추산되고 당장 올 하계 졸업자가 쏟아져 나온다. 작년에는 대졸 신규채용 규모가 2만5,000여명에 이르렀지만 IMF한파를 맞아 상당수 기업이 발령을 유보하거나 합격을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져 대기인력까지 밀려있다. 신규 대졸자의 취업기회가 꽁꽁 얼어붙은 공채 빙하기(氷河期)가 단기간내 끝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두해 안에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기업의 고용능력이 확충될 가능성은 극히 불투명하다.
국가와 사회가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각종 실업대책에는 사회 첫발부터 좌절을 맛보는 이들 젊은이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 신진대사가 막힌 사회가 활력을 찾기는 어렵다. 임시방편일진 몰라도 대기업의 인턴제 활용, 대학원 정원이나 군모병 인력의 신축적 운용등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 역시 산업 및 직업안정기관 등과 보다 긴밀한 제휴관계를 갖고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교육훈련체제를 갖춰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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