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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공연 전위보컬리스트 사인호 남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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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공연 전위보컬리스트 사인호 남치락

입력
1998.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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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땅 몽골평원 만큼 넓은 음역/성악부터 에스키모·피그미음악까지 섭렵/6옥타브·배음·다성발성에 자유자재인 그가 이해보다 경험을 요구하는 즉흥음악 펼쳐갓난아이의 가냘픈 울음소리에서 마귀할멈의 섬뜩한 저음으로 돌변하는 그 목소리의 비밀을 짧은 글이 감당해 낼까. 그를 따라 세계 각처에서 모여드는 최상급의 재즈 또는 팝 뮤지션들은 도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

몽골 태생의 세계적인 여성 전위보컬리스트 사인호 남치락(41)이 30일 공연 「즉흥음악」을 펼친다. 단 한 차례 갖는, 짐작을 허용하지 않는 첫 내한공연이다. 강태환(54·색소폰), 박재천(37·타악)등 국내 대표적 프리 재즈 뮤지션들과의 협연. 『협연자와 절대 타협않는 강태환의 음악은 정말 급진 그 자체죠. 로텐베르크도, 에반 파커도 못 따라와요』 온화한 강태환씨를 급진이라고 밀어 붙이더니, 세계 제1의 전위 색소폰주자들을 술술 끌어 낸다.

서구적 시각으로는 도저히 불가해 한 소리 하드웨어의 소유자다. 6옥타브의 음역, 배음(overtone), 다성발성법(쿼메이) 등 대평원지역 몽골 특유의 음악적 유산들은 서구미학적 기준을 비웃고도 남는다. 아이와 노파의 소리가 한 여인의 목청에서 동시에, 적어도 10분 동안 끊이지 않는다.

동(東)에도, 서(西)에도 능통하다. 우선, 매나 여우 소리를 흉내내며 커 온 대평원족의 피가 흐른다. 이어 모스크바음대에 유학, 리릭 소프라노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그 세계는 코르셋에 지나지 않았다. 무당이 영혼의 중개자(靈媒·영매)라면 그는 소리의 중개자(聲媒·성매)다.

『재즈는 동시대의 예술보다 항상 앞서 나갔다. 오늘날 재즈란 무엇인가. 아름다운 선율, 우아한 사운드, 매끄러운 연주가 아니다. 「신체 곧 악기」라는 이상의 실현, 지성과 감성의 폭발, 혁명적 방법론, 그것이 바로 오늘의 재즈다』 일본의 대표적 재즈 평론가 소에지마 데루토(副島輝人)가 94년 「현대 재즈의 조류」에서 했던 말이 남치락에게 에누리없이 적용된다.

빌리 할러데이와 재니스 조플린을 가장 사랑한다. 그러나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 알래스카의 에스키모부터 아프리카의 피그미음악까지 섭렵한 그는 한국의 목청에 주목하고 있다. 판소리가 고향 투바의 전통창법과 어쩌면 그리 흡사한지. 『철학적 한(恨)의 세계』라고 그는 통찰했다. 10년전 판소리를 듣고 무릎을 탁 쳤던 그는 이번 기회에 특히 김덕수씨를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남치락이란 몽골·티벳 지역의 흔한 성씨. 현재는 오스트리아 국적으로 21세된 대학생 딸과 비엔나와 밀라노를 번갈아 가며 살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모두 18개의 음반을 발표한 그는 지금 테크노에 빠졌다. Ethno­Technic 장르의 음반을 연말에 발표할 예정. 앞으로 자신의 「미래음악」(Future Music)을 여기서 출발하겠다고 한다.

「이해」가 아니라 「경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그는 현대전위예술의 극치다. 공연은 오후 8시 연강홀. S석 3만원, A석 2만원 (02)547­3884<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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