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대변인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정국이 출렁일 수 있고, 격랑이 잠재워질 수도 있다. 그의 말이 신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론을 말하고, 당정간에 합의된 사안을 얘기해야하는 입장이고 보면 다른 당직자들과는 달리 대변인의 사견(私見)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생각은 있을 수 있되, 그것이 당론이나 정부의 시책과 일치하지 않을때는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괜한 오해로 국정을 혼란에 빠뜨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국민회의 신기남(辛基南) 대변인이 25일 간부회의직후 브리핑에서 잠수정사건을 「잠수정출현사건」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는 또 『회의에서는 경거망동해서 이 문제를 함부로 비판하거나 제동을 걸어서는 안된다는 당의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수정출현」이란 표현은 당론이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경거망동」은 오히려 파문을 의식, 표현을 황급히 취소한 신대변인이나 입장을 그렇게 정리한 쪽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신대변인이 설명한 저간의 충정은 이해가 간다. 겨우 지펴놓은 「햇볕론」이란 화해의 불씨가 활착도 하기전에 꺼져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 또한 이해가 된다. 또 정치란 이상적인 면이 있다는 점도 안다. 하지만 언론등이 지적하는 것은 북한의 호전적도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대처이지, 잠수정사건을 이유로 금강산 개발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신대변인은 또 『잠수정 뚜껑을 열기전까지는 섣부른 평가를 하지 말자』라고 했다. 그렇다면 모든 정황으로 보아 침투가 확실하다는 국방부와 명백한 영해침범사건으로 규정한 외교통상부의 입장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국방부와 외통부가 경거망동한 것일까. 생각하기도 끔찍한 6·25 48돌 아침에 나온 신대변인의 설명은 아무래도 귀에 거슬린다.<노진환 논설위원>노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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