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아류’ 평가딛고 정치·사회개혁 착착 진행/‘과도정권’ 이상의 이미지하비비 체제가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21일 철권통치자 수하르토의 자리를 물려받은 유수프 바하루딘 하비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짧은 이 기간동안 그는 「수하르토의 아류」로 치부하던 국내외의 평가를 딛고 개혁작업을 착착 진행시켜 나가면서 스스로 밝혔던 「과도정권」이상의 이미지를 심고 있다.
하비비는 다음해 5월 총선과 12월 대선이라는 정치일정을 밝혔다. 이에따라 정부산하의 「제2위원회」에서는 정당법, 선거법, 국회(DPR)와 국민협의회(MPR)의 구성에 관한 개혁안을 서두르고 있다. 개혁안의 골자는 ▲집권 골카르당 등 3당만을 인정하던 현체제에서 얼마의 다른 정당을 인정할 것인가 ▲직접선거와 직능대표선발제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해 개정선거법을 만드느냐가 초점이다.
정치개혁과 병행해 회교세력과 비(非)자바지역 출신의 약진이라는 사회개혁도 조심스럽게 진행중이다.
하비비의 핵심비서진을 이루는 「세계화팀」에는 90년 출범 당시 화교세력과 긴밀한 유대를 맺은 수하르토의 무관심과 냉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회교지식인연합(ICMI)의 실력자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ICMI는 하비비정권 아래서 비자바출신·회교중심의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인구의 95%가 회교도이면서 수하르토 집권 당시 특별한 정치적 세력이 없었던 회교세력은 아미엔 라이스가 이끄는 「무하마디야」와 압두라흐만 와히드의 「나흐드라툴 울레마」를 중심으로 결집, 정치적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군부도 움직이고 있다. 위란토 국방장관겸 군총사령관은 지난달 23일 수하르토의 둘째사위 프라보워 수비안토 전략군사령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군총사령부 작전참모 루밍탄 소장을 기용했다. 그러나 신임사령관을 임명한 지 18시간만에 루밍탄 소장이 기독교출신이라는 이유로 서자바 지역사령관으로 교체됐다. 군부는 이미 하비비정권에 대한 지지를 약속한 바 있고 500명 정원의 국회의원 가운데 군부몫 75명을 50명으로 줄이는 개혁안을 감수한다는 입장이다.
하비비의 개혁이 성공을 거두어 그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달 전과 비교해 보면 그의 키가 커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하비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는 경제다. 15%에 이르는 실업률, 달러당 1만5,000루피아를 오르내리는 루피아화의 가치폭락, 60%에 달하는 인플레율 등 피폐한 경제를 살려내는 데 그의 정치력이 시험받고 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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