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자락 회양군 고향 70代 실향민 이종윤씨 아내손잡고 설렘의 눈물「52년 만에 다시 가는 금강산 신혼여행」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명예회장이 북한에서 귀환하던 23일 밤 이종윤(李鐘胤·74·경기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씨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금강산을 다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미수복강원도민회 부회장인 이씨는 정세영(鄭世永) 회장으로부터 『이번엔 틀림없습니다. 첫 배를 타셔야죠』라는 말을 듣고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금강산 자락인 강원 회양군에서 자랐던 이씨는 이날 아내(70)에게 52년 만에 다시 금강산으로 두번째 신혼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 45년 결혼, 이듬해 가을 인제의 처가를 찾아가면서 외금강의 만물상, 구룡연 등을 구경한 것이 이씨부부의 첫 신혼여행이었다.
9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이씨는 대지주의 아들이라는 신분 때문에 신변의 위협을 느껴 47년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고향이야기를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던 이씨는 금강산 사진을 펼쳐놓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남한으로 내려오기전 틈만 나면 내금강·외금강을 가리지 않고 금강산을 찾아 지금도 구석구석을 그릴 수 있다는 이씨는 「금강산 사랑」 때문에 금강산과 빼닮은 설악산을 아내와 함께 자주 찾는다.
90년 리라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2년 교단생활을 마친 이씨는 『저에게 금강은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고향입니다. 스위스의 융프라우, 일본의 후지산 등 세계 명산을 두루 가보았지만 금강산 만한 곳은 없다』며 다시한번 자랑했다.<박천호 기자>박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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