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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드 자연다큐/권오현 문화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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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용 수달을 촬영해 자연다큐멘터리인 것처럼 조작하고 『절대 조작이 아니다』라고 거짓말까지 한 방송인이 결국 징계됐다. KBS는 23일 조작연출로 다큐멘터리의 진실을 훼손한 책임을 물어 일요스페셜 「자연다큐멘터리­수달」(5월24일 방영)프로그램의 담당PD를 6개월 정직조치하고 관련책임자들을 인사조치했다. 박권상(朴權相)사장과 본부장 5명도 자청하는 형식으로 감봉징계를 받았다. 국내 방송에서 흔치 않은 대규모 징계이다.담당PD는 억울할지 모른다. 어느 정도의 연출은 다큐 제작에서 관행처럼 허용돼왔고, 시청률이 「방송 최고의 선」처럼 여겨지는 방송판에서 그런 「탈선」은 묵인될 수 있는 일이었다. 남들도 그처럼 과도한 연출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평범한 소재였으면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하필이면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소재였고 촬영중 수달이 죽어 문제가 커졌다.

조작의혹에 대한 보도가 나가자 담당PD는 『고소하겠다』고 기세좋게 대응했다. 지금까지의 제작관행과 시청률지상주의 방송사에 대한 「믿는 구석」이 거짓말을 하게 했을 수도 있다. 관련 책임자들의 『나는 몰랐다』는 대답에서도 『그 정도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타성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결국 잘못은 드러났고, 해당자는 남들까지 징계를 받게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개인의 불명예로 끝나지 않는다. KBS의 위신은 여지없이 실추했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다큐프로그램도 잔뜩 위축됐다. 누가 구설에 휘말릴지도 모르는 천연기념물급의 「귀한 소재」를 택하겠으며, 어느 정도 연출이 없으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자연다큐를 찍겠는가? 제작하더라도 종전같은 인기를 누릴지도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해프닝이 아니다. 위력이 막강한 전파를 다루면서도 윤리의식보다 시청률에 종속돼 사는 방송인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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