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동해에서 북한 잠수정이 발견돼 온 국민이 한때 불안에 떨었다. 재작년 잠수함을 타고 강릉해안에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들이 만행을 저지른지 불과 1년9개월만의 일이다.23일은 한국전쟁이후 처음으로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판문점을 넘어 7박8일의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날이다. 정 명예회장은 올 가을부터 매일 1,000명이 금강산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는 낭보를 전했다. 정 명예회장이 귀환한 날 비슷한 시간에 유엔사와 북한의 장성급회의가 7년만에 열렸다. 가시돋힌 대화를 나누던 옛날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전해진다. 또 이날 저녁 판문점 스위스군 관할지역에서는 세계적인 대기업및 금융기관 소속 투자담당책임자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한국경제의 앞날과 투자전망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22·23일 이틀동안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본 국민들은 대부분 혼란에 빠졌을 것이다. 긴장과 화해의 양 끝을 오가는 형국을 보면서 불안해한 국민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불안은 쉽게 가라앉았다. 한때 불안을 고조시켰던 단체들의 집단 규탄시위는 없었다. 물론 국방부도 도발규탄 성명발표를 미루고 신중하게 대응했다. 아마도 「햇볕정책」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사실 새 정부 출범이전만해도 한반도에서 긴장상태가 빚어질 때마다 남북한 당국간에는 이에는 이로 맞서는 극한대립으로 긴장이 고조되곤 했다.
새 정부는 햇볕정책을 이미 북한에 대한 국가 기본전략으로 공식 선언했다. 이의 일환으로 정부는 지난 18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열어 북한의 8·15 통일대축제 제의를 원칙적으로 수용키로 했다. 정부는 북측에 대해 판문점에서 축전준비를 위한 남북당국자간 회담을 갖자고 제의했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18일 종교인들과 만나 『올해는 남북이 어울릴 수 있는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면서 『그러나 이는 정부를 통해 질서있게 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앞서 북한측은 15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당 단체 대표자 명의로 서한을 보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대축전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햇볕정책은 94년 김대중대통령이 아태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부터 사용한 북한 포용책으로 알려져 있다. 아태재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대통령이 대학 등에서 강연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화해와 교류협력 증진으로 북한내 온건주의자들의 입지를 넓혀주어야 하며 북한이 개방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음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는 것이다.
오늘은 48년전 한반도에서 동족상잔의 전쟁이 터졌던 바로 그 날이다. 우리국민 모두가 북한에 대한 증오심을 숨길 수 없는 날이다. 일부에서 햇볕론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야당은 『북한정권의 대남전략이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정부는 소위 대북 햇볕정책 기조를 너무 과신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햇볕론은 이미 우리국민들로부터 컨센서스를 얻은 것 같다. 지금 햇볕론은 남북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분위기 조성하는 방책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솝우화 「태양과 강풍」에서 봤듯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하는 것은 추운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다. 민족의 장래를 내다보며 햇볕론이 빛을 발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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