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힘 있고, 돈 있고 볼 일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누군가. 북한 시각으로 보면 그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 성공한 자본가이다. 또 대통령을 노렸던 정치인이다. 수많은 제의를 제치고 북한이 정회장과 「빅딜」을 한 것은 참으로 「자본주의적」이다. 북한에 가서 환영을 받는 사람은 한총련 대표같은 운동권이거나 정회장같은 재벌뿐이다.물론 북한으로서는 정명예회장보다는 그의 돈보따리에 관심이 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돈없고, 「빽」없이 그리움만 큰 실향민들 마음 속에는 사실 정회장의 방북은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 편으론 속쓰린 일일는지도 모른다. 『나도 돈이 많았더라면…』
그가 소를 주고 받아온 선물보따리는 참 크다. 가을부터 금강산 관광이 가능할 것 같고, 9월에는 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나기로 했다는 희망적인 소식이다. 통일전문가 숫자가 그렇게 많은 우리나라에서 아무도 못한 일을 자본은 해냈고, 정권마다 그렇게 「한 건」 올리려고 애썼지만 결국 확실하게 일을 한 사람은 대통령이 못된 정명예회장이다.
『고향땅 한 번 밟으려면 이민이나 가야겠다』는 사람들이나 『통일 되면 북한 가서 한 밑천 건져 보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머지 않아 북한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기쁨을 주는 일이다.
이제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된 이 땅에서는 「금강산마케팅」이 새로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선 당분간 금강산특집이 줄을 이을 것이고, 하루라도 고향땅을 밟아보려는 실향민들에게 달콤한 유혹도 있을 법하다. 이윤을 창출하는 게 목적인 기업에서도 새로운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을법 하다. 이제 북한땅을 밟아 보려는 꿈은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 일이다. 그리움에는 빈부가 없다는 사실을. 그리고 실향민들이 가져갈 것이라곤 커다란 눈물보따리 뿐이라는 사실을. 일을 추진한 것은 자본의 힘이지만 고향의 산, 금강산을 누리는 일은 고향잃은 이들의 즐거운 일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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