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잠수정의 동해안 침투소식에 우울해 하던 시민들은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명예회장의 방북성과 낭보를 접하면서 상반된 두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한단계 발전하기를 기대했다.23일 판문점으로 귀환한 정명예회장이 이르면 올 가을부터 매일 1,000명이상이 금강산을 관광할 수 있다고 발표하자 시민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북한잠수정 사건으로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했던 실향민들은 『남북 민간교류의 물꼬가 마침내 터졌다』며 정명예회장의 방북 성과가 퇴색되지 않도록 정부의 신중한 대처를 주문했다.
서울 구기동 이북5도청에는 오후부터 실향민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일천만이산가족재회추진위원회 조동영(趙東瀯) 사무총장은 『실향민 1세대들이 절반 이상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며 『관광도 좋지만 앞으로 이산가족교류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외국어대 이장희(李長熙·법학) 교수는 『잠수정사건을 경직되게 처리, 이번 방북성과를 희석시켜서는 안된다』며 『오히려 잠수정사건을 계기로 정치,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남북화해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대승적인 견지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해안 일대 주민들과 해안지역 횟집, 건어물상점 등은 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며 하루빨리 사태가 끝나기를 기대했다. 속초등 일부 지역 해안에 대해서는 해경측이 오후9시이후 모든 상인들의 철시를 지시했다. 속초시 동명동 동명항에서 건어물을 파는 장석자(張石子·39·여)씨는 『재작년에 받은 타격이 채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웬 날벼락이냐』고 한숨을 지었다. 동명항에서 D횟집을 운영하는 정모 (42·여)씨는 『IMF탓인지 올들어 계속 손님이 없다가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느는 추세였는데 이번 일이 터졌다』며 안타까워 했다.<최윤필·박천호·유병률 기자>최윤필·박천호·유병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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