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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론’과 北 잠수정 사건(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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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론’과 北 잠수정 사건(社說)

입력
1998.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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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타타(談談打打)는 공산주의자들의 전략전술 가운데 하나다. 말 그대로 일면 대화를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상대를 타도하기 위한 투쟁을 계속하는 일종의 이중전략이다. 우리가 「햇볕론」으로 화해무드를 조성해 갈 때 그들도 대화에 응하는 척 하면서 이런 유화국면을 적화전술에 교묘히 이용하는 식이다. 공산주의자와의 대화나 협상에서 그들의 타타(打打)전략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칙이다. 7·4남북공동성명으로 평화적 통일을 논의할 때 북한이 휴전선 부근에서 병력 대량수송을 위한 남침용 땅굴을 팠던 것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22일 동해안 속초인근 우리 영해에서 발생한 북한 잠수정 나포 예인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그 사건은 소떼를 이끌고 판문점을 통과한 정주영씨의 방북등으로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화해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우리측 합동조사반이 사건의 경위와 목적등을 면밀히 조사중이라 금명간 그 전모가 밝혀지겠지만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만약 잠수정이 공해상에서의 통상적 첩보활동중 기관고장등 불가항력의 사고로 표류하다가 우리 어선의 그물에 걸렸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긴급피난등의 경우로 관련국제법에 따라 처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잠수정이 공작을 위해 우리 영해에 고의로 침투했거나, 공작후 복귀중에 일으킨 사고라면 이는 정전협정위반으로 당연히 중대한 문제가 된다.

김대중정부의 대북정책 기본은 「햇볕론」이다. 북측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되, 북한의 붕괴를 바라거나 흡수통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골간이다. 정부는 우리사회 일각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일행과 소떼 방북을 허용했다. 식량난으로 아사위기에 몰린 북한동포 돕기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만약 북한이 식량지원 뱃길 밑으로 잠수정을 보내 도발행위를 자행했다면 이는 추호도 용서받을 수 없는 패륜적 범죄행위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북한의 의도를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 김일성사망후 북한을 사실상 이끌고 있는 이른바 유훈(遺訓)통치는 강경군부의 입김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의미다. 만약 잠수정 도발도 식량난으로 체제붕괴 위협을 느낀 강경군부의 불장난이라면 사태는 훨씬 심각해 질 수도 있다. 예컨대 남북당국간의 약속도 이처럼 강경군부가 틀면 성사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대화의 불씨는 가급적 살려가되, 도발에는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 햇볕론의 위력은 두툼한 외투를 걸친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지 더이상 「벗을 것」이 없는 북한에는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다는 지적에도 정부는 귀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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