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국에서 98세의 할머니가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아 화제가 되었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11명의 동생들을 돌보며 힘겹게 살아온 유지니 가사이드란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는데, 지난 1년반동안 요양원을 찾는 어린 학생들로부터 하루 한시간씩 과학 수학 역사등을 공부한끝에 고등학교 졸업 구두시험을 통과했다고 한다.사각모를 쓰고 휠체어에 앉아 눈물흘리는 할머니의 졸업식 사진에 감동하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할머니를 가르친 어린 교사들이다. 그들은 방과후에 시간을 내어 요양원에서 봉사하는 고교생들로 짐작되는데, 학교는 점수나 다른 형태로 그들의 봉사를 인정할 것이다.
영국의 작은 도시에서 살다온 한 어머니는 동네 공원에서 고교생 몇명이 주말마다 어린이들과 배드민턴을 치며 놀아주는 것을 보고 좋은 학생들이구나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이 봉사활동이었다고 말했다. 중고생 봉사활동이라면 공원청소나 헌혈 정도를 떠올렸던 그 어머니는 영국의 다양한 봉사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각자 적성에 맞는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의 자원봉사는 불우한 이들을 돕는 일에 몰려있다. 돌봐줄 사람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을 방문하여 목욕 이발 식사 쇼핑등을 정기적으로 돕고, 따끈한 음식을 만들어 무료로 대접하고, 가난한 동네에 무료나 실비로 탁아방을 운영하고, 병원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들을 돌보는 등의 봉사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학생들을 자원봉사로 이끌려는 시도가 활발한 가운데 활동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사회봉사를 과목으로 인정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는데 이화여대의 경우 26시간을 봉사하면 1학점을 준다. 가장 많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은 독거노인 방문서비스, 캠프에서 어린이 돌보기등이다. 중고생들은 병원 도서관 양로원 고아원등에서 봉사하거나 농촌에 내려가 부족한 일손을 돕기도 한다. 환자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음악회를 열고 있는 서울 중앙병원은 합창등으로 음악회에 출연하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모두 즐겁게 참여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연세대 이화여대 가톨릭대 중앙대등 11개대학의 13개 사회복지관들이 시작한 「파랑새 보금자리」운동은 대학생들의 봉사활동을 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들은 저소득 실직가정의 어린이들을 위한 위탁서비스와 쉼터 운영, 실직자들의 재취업 훈련과 심리상담, 가정해체를 예방하는 프로그램등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 사회복지관은 학생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할수 있도록 자원봉사의 영역을 개발하고 기획하는 센터 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관이다.
취미나 자원봉사나 자기에게 맞는 것을 골라서 기쁨을 얻기까지는 인내와 훈련이 필요하다. 자원봉사를 하고 싶지만 어떻게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사람들,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잘 적응하지 못해서 중도에 포기하려는 사람들을 이끌어주는 안내자가 있어야 한다.
IMF체제아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언가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마음에서 거품이 빠지면서 오래 잠자던 착한 마음들이 깨어나고 있다. 궁핍한 시대를 넘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봉사활동을 찾게 된다면 큰 축복이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당장 눈앞에서 고통을 겪는 이웃을 위한 프로그램뿐 아니라 선의(善意)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자원봉사의 튼튼한 망(網)을 짜는 기획을 해야 한다. 그 망은 어떤 개혁의 노력보다도 우리사회를 확실하게 바꿀 것이다.<張明秀·주필>張明秀·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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