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잠수함,해저케이블·商船 교신 도청/무기밀수·마약거래 등 수차례 포착잠수함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영화 「붉은 10월」에서 보듯 심해저에서 미·소의 핵잠수함끼리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 장면은 냉전시대의 종언과 함께 사라졌다. 대신 가상 적국의 해안에 근접, 미사일 실험, 군사 활동 등 군사정보를 탐지하는 스파이 임무와 무기 및 마약 밀수선을 추적하는 것 등이 주임무가 되고 있다. 유사시엔 전투함 못지 않게 지상의 목표물을 향해 토마호크 미사일을 날리는 전투 임무도 수행한다.
현재 미 핵잠수함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문제 국가」들의 상선을 감시하는 일이다. 국가간 무기 밀거래가 상선을 통해 공해상에서 은밀히 이뤄져 오랫동안 수중 잠복이 가능한 핵잠수함을 동원하지 않으면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이 이용되지만 고성능 안테나로 가까이에서 밀수선의 전파교신을 도청, 거래현장을 덮치는 잠수함에는 어림없는 수준이다. 미 잠수함들은 배의 프로펠러 소리만 듣고도 순수 상선인지 전투함인지, 밀수선인지를 구별해 낸다. 수천가지의 프로펠러 소리를 분류, 컴퓨터에 입력해 놓은 덕택이다.
그 결과 이들은 지중해에서 무기를 탑재한 리비아행 상선들을 여러차례 포착하는 「전과」를 올렸다. 현재 걸프만 입구의 사트 할 아랍 수로 부근에서도 이라크의 석유 밀수선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중국과 북한 주변, 이란 앞바다에서도 같은 작업을 하고있다. 적발 대상은 무기 밀수선만이 아니다. 95년 캘리포니아 해상에서는 11톤의 코카인을 실은 트롤어선의 전파를 도청, 마약 거래자들을 일망 타진했다.
침투공작, 정보수집 등 임무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회교권의 테러위협을 우려, 이란에 잠수함을 이용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을 통해 해군 특수부대(SEAL) 요원들을 이란 영토에 침투시킨 뒤 「미군은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명함」을 남겨 놓았다는 것.
70년대 미 핵잠수함들은 소련의 캄차카 반도의 해저에 침투해 소련본토로 연결되는 케이블선을 도청, 중요 정보를 빼내곤 했다. 이제 그 대상은 중국과 이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군비 축소 움직임으로 잠수함의 존재가치는 위협받고 있다. 값이 싸고 날로 정교해지는 인공위성과 무인 정찰기의 개발, 전파 센서기의 발달 때문이다. 미국은 2003년까지 73척의 잠수함을 50척으로, 핵잠수함도 러시아가 「START 2」협정에 비준하면 18척에서 14척으로 감축할 예정이다.<박진용 기자>박진용>
◎잠수함 발달사/獨,1차대전때 보급선공격용 개발/美,54년 핵잠함·59년 미사일 탑재/해저 미사일기지 시대 열어
잠수함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적국의 보급용 상선 공격에 사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쟁무기로 등장했다.
독일의 이같은 「U보트」를 파괴하기 위해 영국도 경쟁적으로 잠수함을 건조해 잠수함전이 해전의 승패를 좌우하게 됐다. 1, 2차 대전기의 잠수함은 모두 수면에서는 디젤엔진으로, 수중에서는 전기모터로 움직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독일의 VII형 잠수함은 대서양에서 맹위를 떨쳤다. 수면에 떠있는 잠수함을 포착하는 레이더가 등장했지만 독일은 수중에서도 디젤 엔진에 공기를 공급하는 스노클(snorkel)을 도입해 레이더를 단 연합군 함대와 항공기를 따돌렸다.
54년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진수시키면서 잠수함은 질적으로 비약을 하게 된다. 산소가 필요 없고 소량의 농축 우라늄으로 장기간 동력을 제공받는 원자로로 추진되는 핵잠수함이 장기 고속잠수 시대를 연 것이다.
핵잠수함의 위력은 82년 포클랜드전쟁에서 영국의 핵잠 콩커러호가 아르헨티나의 고속 순양함 헤네랄 벨그라노호를 48시간 동안 추격해 격침시킨 실전사례에서 입증됐다. 59년 미국이 조지워싱턴급 핵잠수함에, 67년 구소련이 양키급 핵잠수함에 핵탄두 미사일(SLBM)을 탑재한 이후 잠수함은 가장 두려운 전략무기로 떠올랐다. 1,200∼6,000해리(1해리=1,850m)의 잠수함발사 장거리 전략핵미사일에 의한 선제공격은 바로 상대국 주요 도시와 핵미사일 기지의 초토화를 의미하게 된 것이다. 71년 구소련이 제작한 세계 최대 타이푼급 핵잠수함은 무려 20기의 SSN20 SLBM을 장착했다.
이처럼 SBM을 장착한 핵잠수함이 미·소 양국 핵전략의 중추로 자리잡은 뒤로는 「아군 잠수함은 발각되지 않고 적국 잠수함은 찾아내는」 기술경쟁이 핵심이 됐다. 핵잠수함이 방출하는 열을 포착하는 적외선탐지기, 자기탐지기, 레이저탐지기 등을 갖춘 군사위성이 동원되고 심해에 음향수신기를 뿌려두는 광역해양감시시스템(SOSUS)까지 등장했다.<신윤석 기자>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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