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지연·학연 ‘No’ 三無주의 100% 투명경영/지난해 43억원 세후이익 세계적 통신기기업체 우뚝손정수(孫正守·61) (주)흥창 사장의 경영철학은 혈연·지연·학연을 없애자는 「3무(無)주의」다. 경주고와 성균관대 출신인 손사장은 26년동안 기업을 경영해오면서 친인척, 동향사람, 학교동창을 회사내에 둔 적이 없다.
회사 일은 어느 누가 오더라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손사장의 지론이다. 자기사람을 두지않는 3무주의는 손사장이 100% 투명경영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종업원을 공채로 뽑아 믿고 맡긴 결과 흥창은 세계적인 정보통신기기메이커로 올라섰다.
흥창은 정밀계측기로 시작해 이동통신 기지국장비, 위성방송수신기, 무선CATV 수신기등 첨단 정보통신기기를 개발·생산해 세계 90여개국에 고유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1,000억원의 매출액에 43억원의 세후이익을 올렸으며 올해는 수출 6,000만달러(840억원)를 포함해 1,270억원의 외형을 목표하고 있다. 신개발품이 속속 사업화되고 있어 내년에는 3,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69년 32세의 나이로 한 중견업체에 상무로 몸담으면서 전자부품공장을 지을 때였습니다. 오너가족 임원들이 너무 많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어요』 격무로 건강까지 해친 그는 아무 대책없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몇달을 쉬고보니 앞으로의 가족생계가 문제였다.
손사장은 72년 1,000만원의 창업자금을 마련해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임대공장을 차리고 계측기기의 생산에 나섰다. 정밀계측기기 분야에서 명성을 떨친 흥창은 기초기술을 바탕으로 90년대 들어 정보통신분야로 진출, 고가의 정보통신장비들을 개발해내기 시작했다. 이 회사가 자체개발해 해외수출하는 이동통신기지국용 LPA(선형 전력증폭기)는 대당 가격이 5,000달러로 20톤 트럭 한대분이 70억원을 넘는다.
고부가가치 신개발품을 생산하는 탓에 흥창의 인천공장 내부는 안방처럼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 흥창의 서울 본사나 인천공장에는 사장실이 없다. 손사장은 이름없는 조그만 구석방에 앉아 일을 한다.
호사스런 사장실도, 회사를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공을 들이는 한국 특유의 세습노력도 손사장에게는 떠나가는 구름처럼 허망한 일로 여겨진다. 손사장은 흥창을 세계 초일류 정보통신업체로 키워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기 위해 매일 연구소와 생산라인을 돌고 있다.<최원룡 기자>최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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