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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아름다운 성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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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아름다운 성찬展’

입력
1998.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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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소장 미술품 ‘만신창이 외출’/48년이후 80여점 첫 공개/갈라지고 변색되고…/관리 소홀에 大作들 골병/“수집­보관 일관된 창구필요”48년 건국 이후 최초로 정부소장 미술품을 공개한 「아름다운 성찬전」(6월9일∼7월9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계기로 정부의 미술품 관리와 구입방식에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아름다운 성찬전」은 정부가 보유한 미술품 3만여점 가운데 미술사적 가치가 큰 80여점을 골라 선보이는 뜻깊은 전시여서 기획단계부터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출품작에서부터 아쉬움이 크다. 55년 4회 국전(미술대전 전신) 대통령상 수상작인 박노수의 「선소운」, 장두건 「정물」, 문학진 「영봉」, 박기태 「노란 양산」(이상 청와대), 장우성 「기러기」(외교통상부), 도상봉 「항아리」, 김인승 「화실」(이상 국회사무처), 박생광 「모란도」(대법원)등 우리 근·현대미술사에서 의미있는 작품들이 출품되지 않았다. 이들 작품은 이른바 「힘이 센」 기관들의 소장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협조요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작품관리. 제작된지 50년이 채 안되는 작품들이 관리소홀로 심하게 갈라지거나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등 「만신창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상범 「추경산수」(철도청), 조방원 「추경산수」(관세청), 허건 「산수」(청주교대), 박상옥 「훈풍」과 「계림」(서울시교육청), 이병규 「선인장과 팔손이」(경기도교육청), 이세득 「작품 47­68」(외교통상부)등은 변색되거나 물감이 떨어져 나가는등 허술한 보관상태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UV(자외선)차단코팅이 된 형광등을 사용해야 하며 온도 18∼22℃, 습도 50∼55%를 유지하는 것이 미술품 보관에 최적의 조건이지만 이 조건을 지키는 정부부처는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적외선으로 비추어 보면 골병 들지 않은 작품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허술한 보관 뿐 아니라 정부기관마다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작품구입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전시준비 과정에서 허건의 가짜 작품 두 점이 발견됐는데 이는 위작이나 모작구입 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전혀 없다는 증거다.

정준모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영국은 브리티시카운실에서 작품을 일괄구입해 수장고에 보관하며 필요한 부처에 그림을 대여해줌으로써 전시부터 수집, 보관에 이르기까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계는 60년 이전 제작된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조선시대 허목(許穆)의 「완원군 묘지명」(국회도서관)같은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리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승헌 감사원장도 최근 도서신문에 기고한 「감사의 창에 비친 문화행정」이라는 글에서 미술품을 적소에서 관리하지 못하는 「기관이기주의」를 지적, 정부와 관련 기관의 주의를 환기시킨 바 있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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