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글」 퇴장의 충격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전형으로 꼽히던 「한글과 컴퓨터」의 신화와 「아래아한글」의 상징성이 거대 외국기업에 흡수됐다는 충격에 이어, 이번에는 「아래아한글」사용자 수백만명이 겪어야 할 기술적 불편과 경제적 불이익 등 현실적인 문제가 밀려오고 있다.시장 점유율 60%이상인 「아래아한글」 퇴장에 따른 문제점은 문서 및 자료의 변환, 각종 교육프로그램의 전환, 그리고 「▤글」이 갖는 다양한 글꼴의 소멸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벤처기업협회가 중심이 되어 「아래아한글」살리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즉 250만명의 프로그램 사용자로부터 250억원을 모금하여 이 프로그램을 구출한다는 캠페인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기업환경속에서 과연 이 운동이 어떤 실효를 거둘지는 알 수 없으나 그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우리는 「아래아한글」 소프트웨어의 퇴장을 막을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 우리의 법제도, 즉 공정거래법속에 있다고 본다. 다행히 보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글과 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약이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는지의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두 회사의 발표내용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한글과 컴퓨터」가 「아래아한글」 프로그램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2,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노리는 것은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의 사업성을 발전시켜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소멸시킴으로써 자사제품의 독무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15%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워드」프로그램으로 한국시장에서 「아래아한글」과 경쟁해 왔다. 따라서 「아래아한글」을 퇴장시키려는 의도와 그후의 사태는 미루어 짐작키 어렵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세계시장에서 벌이는 기업활동은 그들의 몫이다. 또 도스와 윈도개발등으로 정보화시대에 공헌을 했고 우리에게도 이익을 주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역시 기업이다. 그들은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는등 지배력을 무한정 확대하려는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이 독점적 경향을 보이고 그 위력 또한 커지는 추세에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크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성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아래아한글」 살리기 모금운동을 펴는 것도 좋지만, 이제라도 정부차원의 대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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