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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회장과 재벌개혁/이백만 경제부장직대(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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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회장과 재벌개혁/이백만 경제부장직대(광화문)

입력
1998.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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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김우중(金宇中) 시대」가 개막됐다. 전경련 회장단은 17일 차기회장으로 내정된 대우그룹 김회장을 회장직무대행으로 추대했다. 요양중인 최종현(崔鍾賢) 회장이 재계총수직을 사실상 김회장에게 넘긴 것이다. 정부가 재벌을 「개혁의 수술대」에 올려놓고 본격적인 수술을 막 시작한 상황에서 재계총수직이 당초일정보다 6개월 앞당겨 조기교체된 것은 예사스런 일이 아니다.정부와 여당은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늦어도 9월까지는 기업·금융개혁을 마무리하겠다며 배수진을 쳐놓은 상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있었던 일과성 재벌개혁이 아닌게 분명하다. 빅딜(대규모사업 맞교환)이니 퇴출기업선정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말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재벌개혁은 말이 재벌개혁이지 사실은 5대재벌그룹 구조조정이다. 개혁의 초점이 사실상 5대재벌그룹(삼성 현대 대우 LG SK), 소위 「빅5그룹」으로 맞춰져 있다. 나머지 마이너그룹은 이미 개혁이 되었거나 메이저그룹인 빅5그룹이 개혁되면 자연스럽게 개혁될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부여당과 빅5그룹은 지금 살벌한 기(氣)싸움을 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재벌과의 마지막 대결처럼 보인다. 정부여당으로서도 이번 대결에서 밀리면 김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주도권을 잡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대우그룹 김회장은 재벌개혁이 이처럼 숨가쁘게 진행되는 와중에서 재계의 사령탑인 전경련회장(직무대행)에 앉았다. 한국재계의 총본산인 전경련은 어떤 기관인가. 일본의 경단련(經團連)을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가 한층 쉬워진다. 전경련과 경단련은 각각 한국과 일본의 재계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재계내부의 의견조율, 대(對)정부로비 등 하는 일도 비슷하다. 그러나 두 기관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기관 구성원에 있다. 전경련은 전국 「경제인」연합회의 약칭인 반면 경단련은 「경제단체」연합회를 줄인 말이다. 전경련의 구성원은 「자연인」, 구체적으로는 30대그룹총수(오너회장)다. 반면 경단련은 자동차 전자 건설 섬유 등 특정업종을 대표하는 기관(각종 협회 조합 등)의 연합체다. 기능상의 차별성도 바로 여기서 나온다. 전경련의 한계와 한국재계의 후진성도 엿볼 수 있다.

전경련의 주력멤버인 그룹총수의 그룹내 위상은 절대적이다. 황제와 같다. 황제식경영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총수도 총수 나름이다. 재계에서 빅5그룹총수와 나머지 그룹총수의 위상은 천양지차다. 전경련의 주요 의사결정이 핵심멤버인 빅5그룹 총수에 의해 이루어 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빅5그룹총수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전경련회장을 맡을 수 없다. 6공초 전문경영인이 전경련회장을 한번 맡은 적이 있지만 겉돌고 말았다. 총매출액, 총자본금, 금융기관여신, 종업원수, 정치·사회적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빅5그룹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빅5그룹이 곧 한국재계이고 이를 조직화한게 전경련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어떤 재벌개혁이 이루어지더라도 빅5그룹이 개혁되지 않는한 개혁됐다고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바로 이런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의 새로운 리더로 자리매김된 김회장의 역할도 바로 여기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김회장은 과거처럼 재벌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한채 재벌개혁을 무디게 하는 로비전에 뛰어들 것인지, 아니면 재벌개혁이 제대로 되도록 향도역할을 할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재벌행태와 전경련 구조로는 경제의 재도약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전경련 회장단회의가 아프리카 원주민의 추장회의와 같다는 비판을 더 이상 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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