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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이래 최대성과?/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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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이래 최대성과?/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입력
1998.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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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라는 존칭을 싫어한다고 하시면서 「님」이라는 말을 붙여주기 원한다 하셨기에 「대통령님」이라고 처음 불러봅니다. 매우 어려운 민족적 수난의 때에 청와대의 주인이 되시어, 6·25를 겪으신 대통령 한 분을 빼고는 아마도 가장 힘든 시기에 권력의 정상을 지키고 계시다고 생각됩니다.일전에 해질 무렵 옛날 중앙청이 있었던 그 앞을 지나 사직터널을 향해 가는데 효자동 입구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길에 못 보던 현수막이 하나 걸려 있기에 유심히 보았습니다. 『대통령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것이 첫줄이고 그 다음 줄에는 「환」과 「영」 두 글자사이에 「건국이래 최대 외교 성과」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누가 이런 문안의 현수막을 만들었는지 궁금하여 맨 밑줄을 읽어 봤더니 「효자동 주민 자치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대통령님, 님께서 타시는 전용차는 워낙 빨리 달리는지라 그 현수막에 적힌 글을 다 못 읽으셨으리라 믿습니다. 『대통령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라는 한 마디는 저도 하고 싶은 말입니다. 연로하신 대통령님께서 9만리 장천을 날아다니시면서 나라의 경제를 살려보시고자 노심초사하시는 모습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한국인이 단 한 사람인들 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건국 이래 최대 외교 성과」라는 그 한마디에 있습니다. 효자동 주민 자치회가 어떤 분들의 모임인지 저는 모릅니다마는 한국 외교사의 권위자가 그 자치회의 멤버로 끼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사계의 권위자라 한들 오랜 기간의 연구 비교없이 어찌 「건국이래 최대외교」라고 단정할 수 있겠습니까. 효자동 주민 자치회에 속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외교사에 관해 무엇을 안다고 감히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습니까. 한동네 주민끼리의 따뜻한 치하 인사를 뭘 그리 꼬치꼬치 문제삼느냐고 못마땅해 하실 분도 있겠지만, 가벼운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누군가가 대통령께 아첨하기 위해서 만들어 붙인 현수막임이 분명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 가능성이 많습니다. 대통령의 노고를 치하하면 될 일을 「건국이래 최대 외교」운운은 망발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통촉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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