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권 마약조직 결탁 폭로/좌익세력과 협상추진 불구/실질적 변화까진 산넘어 산마약왕국 콜롬비아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까.
21일 실시된 콜롬비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부패정권에 염증난 국민들은 변화를 원한다』고 외친 보수당의 안드레스 파스트라나(44) 후보가 집권 자유당의 오라시오 세르파후보를 280만표차로 누르고 새 대통령에 당선됐다.
파스트라나는 미사엘 파스트라나 보레로 전 대통령(70∼74년 재임)의 아들로 TV방송기자를 거쳐 보고타 시장을 지냈다. 그는 특히 94년 대선에 도전해 현 대통령인 에르네스토 삼페르에게 패배한 후 콜롬비아 최대의 마약조직인 칼리 카르텔이 삼페르 진영에 600만달러의 자금을 제공했다고 폭로, 삼페르 대통령에게 재임기간 내내 정치적 곤경을 안겨준 사람이다.
보수당과 자유당이라는 양대 정치세력이 대립한 가운데 자유당 12년집권을 마감한 콜롬비아의 최대 이슈는 마약과 좌익게릴라. 정부가 커피 코코아 등 1차생산품으로 95년에 100억달러대의 수출을 이룬 반면 전세계 코카인의 70%를 공급하는 마약조직은 90년대에 이미 150억달러의 판매고를 올렸다.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민족해방군(ELN)등 반정부 좌익게릴라는 마약밀매업자와 결탁, 납치와 살인을 저지르며 천연가스회사를 착취, 연간 10억달러의 부를 축내고 있다.
파스트라나의 승리는 두가지 문제에서 일단 자유당 현정권을 압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페르의 집권동안 내무장관을 지내며 그의 칼리 카르텔 관련 의혹을 두둔한 세르파의 패배는 삼페르에 대한 국민탄핵이나 다름없다. 파스트라나는 또 34년간 준내전을 야기하고 있는 좌익게릴라와의 휴전에 대한 협상용의를 밝혀 이들의 지지도 끌어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등 지식인과 중산층의 지지도 그의 승리에 한몫했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4월 미주정상회담에서 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미국반입 코카인의 80%를 공급하는 콜롬비아에 대해 미주기구(OAS)차원의 마약대응연합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이번 선거전에서 미국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지만 전농지의 30%에서 코카인을 재배하며 또하나의 정부로 불리는 마약조직과의 싸움은 간단치 않다. 또 좌익게릴라들은 차기당선자와의 협상에도 불구, 선거일에 15명의 경찰관을 살해하는 등 기가 꺾이지 않고 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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