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병·행정병 등 ‘편한 자리’ 부탁/본인 빠진채 대부분 참모통해 추진/입대문의 하려다 리스트 오르기도원용수(元龍洙·53·구속) 준위를 중심으로 한 병무비리에는 예상대로 전·현직 장성과 영관급 장교등 군관계자들이 대거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군 최고위직인 대장까지 청탁에 간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방부는 22일 병무비리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명단이 공개된 현역장성 7명은 청탁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경우가 한건도 없고, 직위이용이나 직권남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준위가 민간인들로부터 최고 4,000여만원을 받고 청탁을 해결해 준 점을 고려하면, 원준위는 군관계자들의 청탁을 충실히 해결하면서 「노른자위」보직을 유지하고 「돈줄」을 보장받은 셈이다.
군검찰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3군사령관 길형보(吉亨寶·56·육사22기) 대장은 육군 참모차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지난해 중국어를 전공하는 아들을 모부대의 어학병으로 근무하도록 부관장교를 통해 육군본부 부관감실로 청탁했다. 군검찰은 그러나 『선발과정에 길대장이 개입한 혐의는 없으며 보좌관이 길대장의 부인의 의향을 알아서 처리했다』고 밝혔다.
연간 10만명에 달하는 훈련병을 교육시키는 논산제2훈련소장 정화언(鄭和彦·56·육사23기) 소장은 구속된 부관처장 정호철대령을 통해 아들의 입대일조정을 부탁, 해결했다.
종합군수학교 군수학부장 박예동(朴豫東·51·포간 89기) 준장은 아들의 특기병학원안내를 부탁, 입대후에도 서울지역 모부대의 경리계원으로 근무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육군본부 부관감 하영포(河永浦·52·갑종 208기) 준장은 친구 아들 2명의 입대연기를 부탁해 현재 청탁자의 아들은 입영이 연기된 상태이다. 하준장은 또 원준위로부터 생일 명절 부대창설일등에 1,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부 군수조달본부 외자부장 이정수(李正秀·55·육사25기) 준장도 두아들을 공익근무요원과 행정병으로 보내달라고 원준위를 직접 찾아가 청탁, 성사시켰다. 이들 현역 장성 5명은 모두 자신의 아들과 관련해 병무청탁을 했거나 원준위로부터 금품을 받아 도덕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청와대로부터 『군 관계자의 경우, 다소 무리가 있어도 명단을 모두 공개해 한점 의혹도 남기지 마라』는 지시에 따라, 기무사령관 이남신(李南信·54·육사23기) 중장등은 「선의의 피해」를 보게됐다. 이사령관은 8군단장 재직시 군입대예정 아들을 둔 친구로부터 입대절차 문의를 받고, 부관과장에게 안내를 지시했다가 원준위의 수첩에 이름이 올랐다. 건성피부병으로 병역면제도 가능한 아들을 조기에 입대시켜 달라고 부탁한 56사단장 김승렬(金承烈·49·육사27기) 소장도 「역(逆)청탁」케이스로 억울한 구설수에 올랐다.<정덕상 기자>정덕상>
◎연루 將星 처리 고심/軍 보호론따라 인사 단행 신중/정기인사통해 단계정리 될듯
국방부가 22일 병무비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현역장성 7명의 명단을 공개하고도 이들의 사후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현재로선 청탁과 연루된 장성 7명은 사법처리는 물론, 인사조치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방부는 금품제공이나 직권남용 혐의가 없어 명단공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국민들의 의혹해소 차원에서 공개를 지시했다』며 『대통령도 사법처리나 인사조치 등에는 반대했다』고 말했다.
명단공개로 인해 장군의 명예 실추와 지휘권 훼손에도 불구, 국방부가 「사후처리」에 신중한 입장은 「군보호론」이 군내의 대세이기 때문이다.
군수뇌부는 93년 김영삼(金泳三)정부 초기에 진급과 율곡비리와 관련, 현역 장성이 줄줄이 옷을 벗은 불명예와 그로 인한 부작용에서 군이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번 병무비리를 계기로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경우, 군전체가 또 한번 헤어날 수 없는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군수뇌부는 군구조개편등 군의 근본적인 개혁을 앞두고 지난 정권에서 소외됐던 하나회등 사조직 멤버들의 「반격」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이와관련, 군고위 관계자는 『마녀사냥식으로 개혁작업이 진행될 경우 군내부의 반발은 물론 외부의 반개혁세력에 의해 역공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같은 군내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이번 병무비리에 관련된 현역장성들은 정기인사를 통해 단계적으로 「처리」될 것이라는게 군전체의 시각이다.
그러나 명예를 생명으로 여기는 군장성의 특성을 고려할때 아들과 관련한 병무청탁을 한 길형보(吉亨寶)3군사령관등 5명은 도덕적인 책임을 이유로 스스로 옷을 벗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군은 의도하지 않은 엄청난 인사태풍에 휘말릴 전망이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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