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다리며 대공황後 ‘넝마주’ 투자/몇년후 엄청난 차익존 템플턴(86) 경은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창시한 것으로도 유명한 세계적인 투자가. 4월 그가 사재 1,000만달러를 한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는 게 알려져 증권가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가 투자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증시에 호재가 될 정도로 그의 명성은 신화적이다.
「세계적」이라는 수사 붙은 사람치고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이뤄낸 경우가 없듯이 템플턴도 39년 처음 증시에 뛰어들 때는 맨손이었다. 당시는 대공황의 여파에 2차대전까지 터져 우리 식으로 말하면 「넝마주」가 널려있던 때였다. 템플턴은 여기저기서 돈을 꾸어다 주가가 1달러도 안되는 종목 가운데 104개를 골라 100달러어치씩을 샀다. 그로부터 4년. 그가 주식을 산 기업 가운데 3분의1은 망했지만 나머지는 살아남아 주가가 수십배씩 뛰었다. 1만달러의 투자원금은 4만달러로 늘어 오늘날의 템플턴을 만든 종잣돈이 됐다.
지금 우리 증시에는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종목이 230개를 넘는다. 4개 종목당 1개인 셈이다. 액면분할로 주가가 낮아진 기업은 1곳밖에 없고 나머지는 순전히 주가를 까먹어 이렇게 됐다. 액면가인 5,000원을 밑도는 종목은 70%를 넘어섰다. 『추천할 종목이 없어서 고민』이라는 증권사 직원들의 말이 이해가 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젊은 템플턴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230개가 다 망하진 않을 것이고 절반만 살아남아 액면가까지만 값이 오른다면…」하고 셈을 해볼만한 때인지도 모른다. 증시 관계자들도 『현재 주가는 낮지만 성장가능성이 높은 숨은 보석을 찾으려는 노력이 확산돼야 투자자도 살고 증시도 산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런 주식들이 앞으로 「골든 주」로 떠오를 것이라는 예측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진흙에서 보석을 찾기 위해 템플턴에게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 있다. 기업가치를 면밀히 따져볼 자세와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업이 제대로 평가를 받기에 필요한 시간만큼은 기다리는 인내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거꾸로 배워선 안되는 것도 있다. 템플턴이 처음 투자한 돈 1만달러는 모두 남에게 빌린 것이었다. 하지만 자기능력을 벗어난 돈을 투자하면 조바심에 더욱 귀가 얇아지고 엉덩이가 가벼워지는게 보통사람들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