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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性愛/“性정체성 혼란” 반대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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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性愛/“性정체성 혼란” 반대 목소리도

입력
1998.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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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연극·드라마 등 잇단 소재화/“사회 다양성 표현” 시각 더불어 문화적 유행으로 잘못인식 우려여자가 여자에게 애틋한 사랑고백을 하고 두 남자가 연인처럼 진한 애정표현을 하는 금단의 풍경들. 하지만 문화계에는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스크린뿐 아니라 소설과 연극무대, 심지어 브라운관에도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에 맞춰 동성애라는 금지된 사랑과 예술적 표현의 한계를 둘러싼 마찰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동성애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가 되고 있다. 특히 90년대 들어 예술영화를 표방하는 많은 작품들이 동성애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벽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레즈비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바운드」를 비롯해 동성애를 가족사로 조명한 「결혼피로연」, 동성애에 빠진 가톨릭 신부가 등장하는 「프리스트」,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의 투병을 다룬 「필라델피아」등은 국내에서도 적지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들. 국내 영화로는 96년 박재호 감독이 「내일로 흐르는 강」에서 남자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뤄 충격파를 던졌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쪽이다. 지난해 동성애를 주제로 다룬 영화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상영불가 판정, 동성애영화제 「서울 퀴어 국제영화제」는 허가취소 조치를 당했다.

문학계도 동성애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최근 서점가에 화제가 되고 있는 두권의 책. 신세대 소설가 백민석씨의 「내가 사랑한 캔디」에서 운동권 대학생인 주인공이 번민하고 좌절했던 사랑의 대상 「캔디」는 이성이 아닌 동성 남자였다. 문학평론가 강상희씨는 『동성애를 이성애처럼 사랑의 한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인식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 소설가 이남희씨의 「플라스틱 섹스」에서 동성은 「상호소통의 평등한 섹스」로 비쳐진다.

연극무대도 예외는 아니다. 여자끼리의 사랑을 다룬 극단 오늘의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 Ⅱ」는 2달째 연장공연중. 특히 미혼여성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게 극단기획자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사랑하는, 사랑하지 않는」(극단 표현과 상상)도 남자 동성애문제를 무대에 올려놓고 있다.

안방에도 동성애가 조금씩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말 SBS의 70분드라마 「숙희 정희」는 두 여자의 사랑을 다뤘다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지난 95년 「째즈」(SBS)와 「두여자의 사랑」도 동성애를 그렸다.

「니가 남자였음 좋겠어」한 화장품회사의 TV광고 카피. 두 여성이 서로 바라보며 화장품을 발라주면서 건네는 말이다. 이외에도 동성애를 암시하는 CF들이 눈길을 끈다. 최근에는 여성 듀엣가수의 앨범재킷에 두 가수의 키스장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만화는 더욱 심하다. 청소년사이에 일본만화의 해적판을 중심으로 이른바 「Y물」(동성애만화를 뜻하는 은어)이 범람하고 있다.

이쯤되면 90년대초반 페미니즘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동성애가 세기말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문화유행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평론가 이재현씨는 『획일화된 우리 사회가 문화적 다양성, 작은 차이의 문화에 눈뜨고 있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진단한다. 사회적 소수인 동성애자들의 인권과 존재를 통해 역으로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비뚤어진 성의식을 바로잡는 계기로 활용할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강하기만 하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우려하는 지적이다. 조희문 상명여대 영화학과 교수는 『동성애가 마치 문화적 유행이나 사치로 잘못 인식되면서 중심을 잡아야할 주류문화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김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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