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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정신 훼손한 ‘수달’ 프로(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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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정신 훼손한 ‘수달’ 프로(社說)

입력
1998.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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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지난달 24일 방영해 화제를 모았던 「자연 다큐멘터리­수달」이 인위적 연출에 의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달 가족의 사랑과 인간의 간섭, 시련, 죽음 등을 소재로 자연의 섭리를 보여주려 했던 이 프로가 연출에 의한 조작이었다는 사실은 시청자를 실망시킨다.KBS는 18일 『인위적 연출을 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자연상태에서 촬영한 것처럼 다큐를 제작한데 대해 정중하게 사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시민 제보가 끊이지 않자, KBS가 자체 조사 끝에 사실을 자인하기에 이른 것이다. 「수달」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의 근본정신인 진실성을 저버렸을 뿐 아니라, 두 마리의 야생 수달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끔찍한 결과까지 빚었다.

더군다나 수달은 이를 죽이거나 허가 없이 점유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2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는 천연기념물 330호다. 제작진은 계곡 양쪽에 철조망을 쳐 수달의 생명활동을 제약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는 방송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자연의 존엄성·진실을 알리는 다큐의 기본정신과 자연보호 정신을 정면에서 위반한 행위다.

이 프로가 문제가 되자 제작진은 당초 사육용 수달의 출연을 부인했다가 『그 정도의 인위적 촬영은 자연 다큐제작에 흔한 관례』라면서 시인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제작태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고, 더구나 그것이 방송계 일각에서는 관례처럼 돼 있다는 심각한 현실을 말해준다. 이 다큐는 새 정부 들어 공영방송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KBS의 명예도 크게 추락시키고 있다.

지나치게 드라마에 치중하고 있는 우리 방송 프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희망적인 장르가 다큐멘터리이다. 근래 방송사 마다 우수한 다큐물을 의욕적으로 제작함으로써 꾸준히 시청률을 높여 왔고, 특히 자연 다큐물은 외국수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수달」사건이 이런 현상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큐물 제작팀으로서도 어려움은 있다. 예를 들면 드라마 「용의 눈물」의 경우 1년6개월 동안 16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데 비해 이 「수달」다큐는 1년4개월 동안의 제작비가 1억원도 채 안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송사들은 건강한 교양프로그램을 원하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다큐물 제작에도 충분한 투자와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수달」사건은 방송사와 다큐물 제작자들이 크게 반성하고 한층 각오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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