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MS독점 사전제동 소비자 다양선택 기회제공 아래아한글 포기에 우린 무대응”지구상에는 지금 약 1억5,000만명의 인터넷 인구가 존재한다. 또 매년 1,500만명의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세기가 새롭게 개척한 이 사이버 세계를 선점하기 위해 정보화시대를 선도해온 파워세력들이 한바탕 결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컴퓨터의 황제 빌 게이츠는 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몇 주전, 필자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미법무부와 20개주 검찰이 반독점법 위반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제소한 무렵이었다.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빌 게이츠와 법무부의 전초전을 대서특필하고 있었다. 적어도 9월8일로 예정된 재판일까지는 이 열기가 식지 않을 조짐이다.
문제의 발단은 MS사가 PC운영체제인 윈도우98을 출시하면서, 그 패키지속에 자사의 인터넷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무료 삽입한데서 비롯되었다. MS사는 윈도우 운영시스템분야에서 전세계 PC의 80% 이상을 석권,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시장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늦어, 선두업체인 넷스케이프사의 「네비게이터」와의 간격을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웹브라우저 시장의 1위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일종의 판촉전략이었다.
그러나 MS사와 미 법무부의 해석은 상당히 달랐다. 게이츠회장과 지지자들은 정부의 제소가 미국경제 전반에 심대한 폐해를 남길 것이며, 특정 업체(넷스케이프)를 두둔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관점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을 독점한 것이 아니라, 한해에 20억달러 이상을 기술개발에 투자하여 시장을 선도해 온 MS사를 과거 독점기업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MS사는 윈도우98의 판매를 강행했다.
반대로 미법무부는 MS사가 컴퓨터운영시스템 분야에서 엄청난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하여, 웹브라우저 시장의 자유경쟁을 막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려 한다는 시각이다. 끼워팔기식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를 특정상품에 길들이게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또 기업의 독점을 사전에 저지하여,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중요한 의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미국전체 경제성장의 45%는 정보통신업계가 이뤄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망을 타고 매년 100억달러 규모의 교역이 이뤄지고 있으며, 4∼5년 이내에 30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몇 달 동안 컴퓨터로 인해 엄청난 부와 파워를 거머쥔 한 기업인의 야망과, 미국경제의 장래를 위해 웃자란 기업의 가지를 「준법(遵法)의 가위로」 자르는 미국 정부의 단호함이 만들어내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게 될 것이다. IMF시대를 맞아 시장경제체제 속의 정부의 역할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그런데 MS사의 운영시스템 독점(시장 점유율 95%)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업계도, 소비자도 묵묵부답이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한국의 빌게이츠」 이찬진(李燦振)씨가 이끌던 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회사 「한글과 컴퓨터」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무소불위의 MS워드가 감히 넘보지 못했던 한글 워드프로세서 시장이 일시에 쓰러지게 된 것은 정부와 소비자, 기업의 공동책임이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활성화할 수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소비자는 복제의 유혹에 넘어가 불법을 일상화했으며, 기업은 기업운영에 전심전력을 다하지 못했다. 미국의 빌 게이츠와 미국사회, 한국의 빌게이츠와 우리사회의 차이는 사이버세계의 한국의 미래를 음울하게 예고하고 있다.<세종대 정보통신대학원장·국제변호사>세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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