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시내 곳곳에서 시작된 「자살세일」 「폭탄세일」이 6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하다. 세일은 정상경영으로는 지탱하기 어려운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들 때문에 정상적인 기업까지 어려움에 빠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같이 죽자는 물귀신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그러나 이번 「6·18기업퇴출명단」에 들어있지 않다.퇴출대상 기업이 공개된 18일이후 업계 관계자들은 『그렇게 요란했던 살생부가 이 것인가』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조치가 시장질서의 유지나 기업의 경쟁력강화, 금융권의 부실여신 정리 등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는 반응들이다. 외국투자자들은 아주 냉랭하다. 그들은 『한국이 진정으로 구조조정의 목표를 세우고 있는가』라고 묻고 있다.
특히 5대그룹의 퇴출기업 명단을 보고는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 아예 웃어버리고 만다. 계열사인 것은 맞는지, 이 기업을 퇴출시키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각 그룹마다 퇴출기업 수가 왜 똑같은지 등이 이들의 웃음 뒤에 놓인 이유들이다.
이들 5대그룹은 흔히 말하는 재벌의 대표선수들이다. 기회있을 때마다 계열사를 축소하고 업종을 전문화하겠다고 발표하고는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듯 당초의 약속을 외면해 온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이들 역시 이번 기업퇴출 조치를 보고는 웃고있을 게 틀림없다.
이번 조치는 따라서 명분이나 실리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얻지 못했다는 평이다. 더구나 5대그룹에 대한 조치는 아예 안하니만 못했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있었던 「얼치기 매」는 이들에게 오히려 담금질이었다. 새정부에서도 이들이 담금질만 계속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거리로 내몰린 실직자들로부터 『이 정부도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 아닌가』하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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