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생들 문화정책 부재·IMF 된서리에 프로무대 데뷔 못하고 방황연극원 졸업생이 갈 곳이 없다. 한국예술종합학교 6개 원(院)중 하나인 연극원은 지난 2월 25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기 어렵다. 실기중심의 전문예술인을 양성하는 국립 교육기관이라는 설립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연극원 1기생은 94년 개원 당시 정원 85명중 54명이 선발돼 그 중 25명이 졸업했다. 나머지는 휴학중이거나 퇴학 또는 자퇴. 졸업생 1명이 국립극단에 입단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프로 무대」에 서기 위해 각개전투에 나섰다. 아동극 「어사 박문수」에 5명이 출연했고 뮤지컬 「의형제」 「드라큘라」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별 주목을 못받았다. 4명의 휴학생이 극단 보따리를 창단, 7월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 그나마 눈에 띈다.
연극원의 학사일정은 빡빡하기로 소문이 났다. 2번 결강하면 학사경고, 경고 3번이면 퇴학이다. 일반 대학 연극영화과에 비해 실기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고 매년 5회의 정기공연을 갖는다.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강도높은 훈련이다. 그런데 왜 그들의 무대는 없을까. 외국의 경우 예술학교는 극장과 연계되어 있다. 극장이 학교를 운영하거나 또는 학교에서 레퍼토리극단을 설립, 「키운 인재를 써먹는다」. 연극원도 계획은 있었다. 99년 창단 목표로 5억원의 예산을 상정했으나 「신규사업 불허」라는 명목에 밀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에서 전액 삭감됐다. 「IMF 된서리」다.
김우옥 연극원장은 『오디션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연극계 현실에서 극단에 연수생으로 들어가 잔심부름부터 시작한다면 전문교육을 헛되게 하는 것』이라며 『앙상블이 절대적인 장르인만큼 예산을 줄여서라도 극단을 창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극계에서는 연극계 현실을 무시한 연극원의 교육이 문제라는 뼈아픈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극계는 연극원이 현실적인 제작여건은 모른채 기존의 연극을 부정한다고 반발한다. 뮤지컬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많은데도 막상 뮤지컬 과목은 없는 점도 현실과 유리된 교육의 사례라는 것이다. 결국 경제한파, 국가적 문화정책의 부재, 연극계와의 거리감이 연극원 졸업생을 방황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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