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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퇴출기업 명단(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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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퇴출기업 명단(社說)

입력
1998.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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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재벌그룹의 20개 계열사를 포함하는 55개 부실, 퇴출기업명단이 18일 발표됐다. 지난 5월초 은행별 기업부실판정위원회가 본격 활동에 들어간지 두달 가까운 기간에 청와대의 독촉과 질책, 금감위의 거듭된 퇴짜반려등 숱한 우여곡절과 진통을 겪으며 이날 그 명단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그러나 막상 퇴출 리스트에 오른 기업의 면모는 의외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 상당수에 달하고, 대상에 새로 추가됐다는 5대재벌 계열사조차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내용이다. 이미 부도를 내 공장가동이 중단되고 있거나 모기업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합병을 추진해 온 업체까지 포함돼 있어 퇴출작업이 숫자 채우기 시늉에 그치지 않았나하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애초부터 금감위가 은행권을 내세워 추진한 부실기업 퇴출작업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었다. 은행으로선 오랜 거래로 유착된 고객업체를 퇴출로 몰고 가기가 어려웠을 것이고, 은폐할 수 있는 스스로의 부실을 결과적으로 구체화시키는 부실채권 표출을 꺼릴 수밖에 없었던 것도 당연하다.

부실기업 퇴출이나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이란 이처럼 단발성으로 끝낼 수 있는 성격의 일도 아니다. 시장여건이나 대외환경 변화에 따라 기업의 생명력은 부침하게 마련이다. 신속한 퇴출과 신규진입이 끊임없이 이뤄질 수 있는 금융시장의 자동적인 메커니즘을 갖춰 나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구조개혁의 과제다. 그래야만이 우리경제가 지속적인 활력을 유지하며 실추된 대외신인도를 회복할 수 있다. 부실기업을 퇴출시킨다면서 한편으로는 별도의 잣대로 협조융자를 계속하고, 이미 부도난 한보 기아등의 처리조차 우물쭈물하며 표류시켜서는 경제의 다이너미즘이 살아날 수 없다.

이번 퇴출대상에 오른 기업은 청산, 자산매각, 국내외 기업을 포함한 제3자 매각등의 길을 모색, 해체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은행권이 회생불능으로 일단 판정한 기업이니 신규 자금지원은 중단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채권은행들의 자금회수가 시작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신규실업, 금융경색에 따른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등 경제가 엄청난 충격의 회오리에 휘말릴 우려가 높다. 이번 1차 퇴출에서만도 2만명 이상의 실직자가 쏟아질 것이란 추산이다.

정부는 예상되는 부작용의 최소화를 위해 빈틈없는 대비를 해주기 바란다. 실직자 대책은 물론 퇴출기업과 거래관계가 있는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겪을 자금경색에 대처하고 회생가능한 건전기업의 활력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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