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의원들 중심 “권력분점” 의도인듯내각제 개헌론이 한나라당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17일 소속의원 정책토론회에서 상당수 의원이 개헌논의의 개방을 요구한 데 이어 당 지도부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신상우(辛相佑) 부총재는 18일 『이제 우리당도 그 문제를 자유롭게 얘기할 때가 됐다』고 말했고 서청원(徐淸源) 사무총장도 『내각제 추진 여부와 별개로 논의 자체를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내각제 불가 당론에도 불구, 한나라당에서 내각제에 전향적 생각을 가진 의원층은 「의외로」 두텁다. 특히 지역기반이 상대적으로 단단한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들이 내세우는 내각제의 명분은 지역분할구도 타파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역시 나름의 정략이 깔려 있다. 첫째는 내각제 개헌으로 김대중(金大中) 정권을 조기 하차시켜 권력분점의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것. 신경식(辛卿植) 홍준표(洪準杓) 의원 등은 『대다수 의원이 차기 대선까지 5년의 야당생활은 너무 길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내각제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여권에 선수를 침으로써 개헌문제를 놓고 잡음을 내고 있는 여권내부의 혼선과 갈등을 증폭시키려는 교란카드의 성격도 짙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같은 움직임이 실제 개헌추진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을 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당내 개헌 반대론자와 경제위기, 그리고 여권의 선택 등 아직은 적잖은 난관과 변수가 가로놓여 있는 까닭이다.
이에 대해 자민련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적극 환영했으나, 국민회의는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뒤늦게나마 우리 정치현실을 바르게 보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또 이규양(李圭陽) 부대변인도 『내각제 구현을 위해 어느 당, 어느 누구와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반겼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내각제 주장을 개헌문제 조기 공론화를 위한 계기로 활용하고 「내각제」를 고리로 내각제 선호세력을 개별적으로 영입하거나 연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국민회의 설훈(薛勳) 기조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그동안 내각제에 호감을 갖고 있었던 만큼 내각제 발언은 예상됐던 일』이라고 의미를 절하했다. 또 대다수 당직자들은 『지금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매진해야 할 시점』이라며 내각제 조기공론화를 경계했다.<유성식·김광덕 기자>유성식·김광덕>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