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일 다이너스티컵 한·일축구전이 열린 일본 요코하마(橫浜) 스타디움에서 원로지휘자 임원식(林元植)씨를 만났다. 일본에 들른 길에 마침 축구시합이 있어 한국팀을 응원하러 왔으려니 생각했으나 그것이 아니었다. 한·일전을 보기 위해 일부러 서울에서 달려왔다는 것이었다. 80세란 고령에도 몸가짐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먹고 마시는 것은 물론 기억력도 젊은 시절처럼 왕성해서 부럽기까지 했다.■임씨의 축구사랑은 축구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한국팀의 국제시합이 있으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현지로 달려간다는 이야기다. 시합 때만 되면 어김없이 얼굴을 내미는 임씨를 정몽준 회장등 축구협회관계자들도 특별대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임씨가 축구협회 자문이 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축구사랑이 있었기에 임씨가 나이를 잊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임씨는 현재 파리에 체류중이다. 틀림없이 지금쯤은 21일 새벽 4시 마르세유에서 네덜란드팀과 대전하는 한국팀을 응원하러 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일본에서 만났을 때 이미 「98프랑스월드컵축구」를 관전하기 위해 호텔, 비행기, 축구장입장권의 예약을 전부 마쳤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미 마음은 프랑스에 가 있었다. 아마 멕시코전의 역전패를 가장 안타까워 한 사람도 임씨였을 것이다.
■임씨는 프랑스에서 돌아오면 9월30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팔순기념 특별연주회 준비에 들어간다. 그가 창단한 우리나라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KBS교향악단을 지휘,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할 예정이다. 평생을 「음의 하모니」속에 살아온 그로서는 조직의 하모니가 생명인 축구를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노지휘자의 염원대로 한국팀이 조직력을 살려 네덜란드전에서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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