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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貨 안정 지속 여부/日 개혁이행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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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貨 안정 지속 여부/日 개혁이행에 달렸다

입력
1998.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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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엔低방어 향후전망/불량채권·세제개편 등 日 해결의지가 관건/130∼140엔서 당분간 ‘줄타기’미일 양국의 협조개입으로 세계 경제에 불안을 던졌던 엔저 행진은 일단 잡혔다. 그러나 엔저의 불씨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유예 기간」에 일본 경제가 얼마만큼 회복의 기틀을 갖출 수 있느냐가 주목되고 있다.

17일 일본국회가 총액 16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담은 98년도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켜 그동안 말로만 떠들어 온 경기 부양이 우선 실행 단계에 들어간 것은 좋은 조짐이다.

2조엔의 소득세 특별감면이 또다시 시행되고 내년도에 2조엔 감세를 다시 시행할 재원이 마련된 것이다. 또 공공사업을 앞당겨 회계연도 전반기(4∼10월)에 집중시킬 준비도 갖춰져 거액의 자금이 위축된 소비심리를 자극할 전망이다. 시장이 이런 정책을 믿어 주기만 하면 이같은 경기 자극책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 정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기대는 도쿄(東京) 주식시장의 급반등 움직임으로도 확인됐다.

문제는 미국이 협조 개입에 응하면서 일본에 주문한 금융기관 불량채권 처리와 세제 개혁이라는 2대 과제다.

일본은 최대과제인 금융기관 불량채권 해결의 구체적인 해결책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한편으로 세제 개혁은 이제 겨우 검토 단계에 들어가 있어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시장은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의 7월말 방미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어떤 보따리를 마련할 수 있을 지를 눈여겨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달러당 130∼140엔의 탐색전이 거듭될 것이지만 일본 정부의 행동이 기대보다 느릴 경우 엔화환율은 얼마든지 달러당 150엔, 160엔대로 다시 치솟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엔화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거듭할 수 밖에 없다. 불안한 시세를 형성하다 종합경제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연말에 가서야 달러당 125∼135엔의 분명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도쿄=황영식 특파원>

◎美 엔低방어 개입배경/위안화 절하가능성에 부담느껴

미 뉴욕의 한 외환전문가는 17일 『엔화를 둘러싼 미국의 「벼랑끝 전술」이 성공을 거둔 것 같다』고 밝혔다. 즉, 일본의 경제 개혁을 유도하기 위해 엔화의 추락을 방임해 온 미국이 이례적인 시장개입에 대한 대가를 일본으로부터 얻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격적인 금융개혁과 경제회복에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겠다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일 총리의 언급에 매우 고무받았다』고 밝혀 시장개입에 앞서 일본측의 다짐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미국은 최근의 엔화 하락세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분석,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마저 심각한 위기국면에 빠져든다면 세계경제 질서에 그야말로 불가측의 혼란이 초래될 것을 우려했다.

미국의 전격 개입 배경 중 또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중국 위안(元)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이다. 대다수의 금융전문가들은 위안화 문제가 오히려 최우선요인이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엔저가 지속될 경우 중국이 대외경쟁력을 감안, 자제해 온 위안의 평가절하를 단행할 것을 크게 우려해 왔다. 특히 클린턴의 다음주 중국방문을 앞두고 이같은 우려는 부담이 되어 왔다. 전격적인 시장개입 타이밍을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뉴욕=윤석민 특파원>

◎日 엔低 방어의 노림수/내달선거·시장안정 ‘두토끼 사냥’

경제 회복의 관건인 시장의 심리적 안정과 7월12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정치적 신뢰 회복. 일본 정부는 이 둘을 동시에 겨냥해 적극적인 엔저 시정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일본 경제 침체의 기본 요인은 무성한 비관론과 이에 따른 시장심리의 위축이다.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 디플레 악순환의 불씨가 되고 있다. 경제의 기초실력이 워낙 탄탄해 일단 미래에 대한 자신감만 회복하면 언제든 악순환이 역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엔저가 수출기업의 이익을 늘려 경기를 지탱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최근 들어 엔화와 주가의 동반 하락 경향이 두드러져 그 의미가 희석됐다. 시장의 분위기를 뒤집어 정책과 경제 전망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일본 정부를 움직였다.

외부 압력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15일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엔저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중국이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중국의 위안(元)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는 그동안 『절대로 없다』고 강조해온 「일본발 세계공황」의 조짐을 방관할 수는 없었다.<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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