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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비리 전모 밝혀야(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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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비리 전모 밝혀야(社說)

입력
1998.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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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수(元龍洙) 준위가 일으킨 병무비리 관련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모병연락관인 그가 주로 한 일은 부자나 권력층 아들들의 병역문제를 해결해주고 뇌물을 받는 일이었다. 97년 한해동안의 청탁내용을 적어둔 수첩 한권에만 600여명의 이름이 들어있고, 그 가운데는 직업적 중개인이 100명을 넘는다고 한다. 그 수첩 말고도 8∼10권이 더 있다니 비리관련자는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부유층이 많이 사는 서울 어느 동네 청년들의 현역 입영률이 국민 평균치보다 20% 이상 낮고, 방위병 입영률은 30%나 높다는 통계는 우연이 아니다. 원준위에게 돈을 주고 아들의 병역을 면제받거나 좋은 부대에 보낸 사람들이 교수 변호사 사업가 등 지도층 인사들인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이번 사건은 준위 한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단순한 병무비리가 아니다. 군 주변에는 원준위가 고참 하사관들에게서 돈을 받고 수십명을 준사관으로 승진하게 해주었는가 하면, 호적을 고쳐 준사관들의 정년까지 연장해 주었다는 소문이 있다. 인사를 총괄해 온 전·현직 부관감이 원준위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사실로 보아 군 인사 책임자와 말단 실무자가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원준위가 10년이나 같은 보직에 있었다는 것이 이들의 유착관계를 웅변으로 말해준다.

군 인사규정에는 같은 보직에 보통 2년이상 재직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고인 물이 썩는다는 속담처럼 한 자리에 오래 있으면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해서 만든 규정인데, 감독권자들이 이를 눈감아준 것부터가 의심받을 일이다. 천용택(千容宅) 국방부장관은 2개월전 이권관련 잡음이 많은 인사·군수·시설분야 1,300여개 보직을 통제직위로 설정, 인사를 엄정관리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명백히 근무기간이 초과된 163명에 대한 인사조차도 적임자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아직까지 마무리되지않고 있다고 한다.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장관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않는 배경도 따져볼 일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 명단을 공개해 병무비리를 완전히 끝장내라』는 대통령의 특별지시에도 불구하고 명단공개가 늦어지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전 참모총장의 동생이 직업적으로 청탁을 일삼은 사실을 밝혀내고도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말해주듯, 되도록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간다. 관련자가 몇천명이라도, 수사에 몇년이 걸리더라도 단 한사람의 예외도 없이 가려내 국민 앞에 숨김없이 보고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망국적인 비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해주기를 또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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