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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퇴출,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李漢久(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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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퇴출,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李漢久(특별기고)

입력
1998.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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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의 산고 끝에 우리시장에서 퇴출될 대기업이 확정·발표되었다. 이번 퇴출조치는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요구되는 대내외 신뢰도 회복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작년 11월이후의 외환위기 로 촉발된 신용경색위기와 실물조직 붕괴현상속에서 벌어지는 혼돈을 벗어나려면, 우리는 「어디와 거래하면 안전한가」, 「더 이상의 신용붕괴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는 시점에 있기 때문이다.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증권시장에 들어왔던 단기외국자본이 빠져나가고 내년까지 300억∼500억달러로 예상했던 중장기 외국자금의 유입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이와같은 충격적인 대수술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결국 기도하는 심정으로 사태의 전개를 살피고,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 따져볼 수밖에 없다.

우선, 부실징후기업관련 뒷처리는 분명해야 한다. 즉시 정리절차를 밟겠다는 것인지, 추가대출은 안하고 기존대출금 상환만 받겠다는 것인지, 하청업체나 주요거래선, 지급보증했던 그룹계열사들의 자금경색은 어떤 기준에 입각해서 풀어질 수 있는지, 관련 금융기관이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거나 유동성경색이 일어날 경우 당국은 무슨 도움을 주게 되었는지 등에 대한 해답이 필요하다. 퇴출조치와 관련되어 실직자가 나오게 되고, 채권이 없어지게 되는 등 손해보는 사람들에게 이번의 부실기업 선정을 한 최종책임자가 선정기준을 확실히 밝혀야 거친 저항을 막을 수 있다. 만일 부실기업 선정과 관련한 자금시장불안만을 의식한 나머지 일괄적인 부채상환 기한 연장조치 등을 광범위하게 취하게되면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둘째, 회생가능으로 분류된 대기업의 경우 어느 금융기관이 책임지고 출자전환이나 대출상환기간을 연장하는지, 그만한 신용공급여력은 있는지, 특정금융기관이 책임지고 회생시킨다면 그 책임의 내용은 무엇인지, 다시 부실화될 때 누가 책임지는지, 그때도 집단퇴출시킬 것인지 등등이다.

이번 조치들은 관치금융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위기관리차원이기 때문에 그 불가피성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지시경제 방식을 계속하면서 「시장기능이 작동 안하니까」라고 변명하는 식의 정부행태가 계속되어서는 구조조정의 근본목적인 대내외 신뢰도회복이 안된다. 정부지원이든 처벌이든 기준은 구체적으로, 사전에, 널리, 분명히, 미래 단계별로 밝혀야 한다.

셋째, 기업구조조정에의 걸림돌 뿐 아니라 기업회생에의 걸림돌제거에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이번 조치후 지원되는 금융은 수술받는 부문에 집중투입되어야 하고, 계열 금융기관 등의 신용상태 점검에 초점을 맞추면서, 우량기업과 우량금융기관에 관한 정보는 더 빨리 확산시키는 게 좋다. 부실기업퇴출조치는 단지 「이곳과 거래하면 안된다」라는 의미만을 주기 때문에, 그들의 퇴출후라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기업재무구조개선과 채산성향상에 필요한 정책을 별도로 제대로 펴지못하면 이번의 출혈은 사회적 비용을 추가할 따름이다.

넷째, 이번의 구조조정을 계기로 고통분담원칙이 좀 더 투명해져야 하겠다. 부실화한 책임량에 따라 손실분담하는지, 현재의 고통수용능력에 따르는지가 애매하다. 또 자본주의와 법치국가의 기본정신이 투철하게 작용하는지 불분명한 경우마저 생기는 것은 구조조정이후의 빠른 경제안정·사회안정을 위해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인과 행정관료, 노동운동가들이 정치논리에 따라 추가불확실성을 계속 만들어내면 새로운 정경유착·줄세우기·부정부패확산이라는 부산물이 우려 된다. 시장구성원들이 자기들의 운명을 선택해야 후일 청문회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집단이기주의행태가 발붙일 기반을 없앨 수 있다.<대우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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