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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밀려난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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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밀려난 외교

입력
1998.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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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대사관·국제기구 등 TV중계 보느라 개점휴업미국의 수도이자 국제도시인 워싱턴 DC에도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다. 전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 대사관이 나와 있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등 국제기구 외에도 세계 각국의 특파원들이 북적대는 곳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외교는 뒷전이다. 또 승패가 갈릴 때마다 각국 외교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승리한 나라에 대한 외교적 접촉이 갑자기 잘 뚫리고 진 나라에 대해서는 눈치를 살펴야 한다.

자기 나라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각국 대사관, 국제기구 등 사무실에서는 TV중계를 보느라 개점 휴업이라 외교관들은 월드컵 대진표를 갖고 다녀야 한다.

워싱턴시내 매사추세츠가에 밀집해 있는 각국 대사관 가운데 가장 열광적인 곳은 칠레 사우디 브라질 카메룬 대사관. 칠레와 이탈리아의 경기가 있었던 11일 칠레 대사관에는 IMF와 미주기구(OAS)에 근무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몰려들어 열렬한 응원을 펼쳤다. 대사관측에서도 맥주와 핫도그까지 준비해놓고 응원객을 맞았고 경기초반 이탈리아를 리드해 나갈 때는 주변이 떠나갈듯 함성을 질렀다. 인근 카메룬 대사관에서도 강적 오스트리아와 비기자 기쁨에 들뜬 직원들이 거리에 뛰쳐나오기도 했다.

「월드컵특수」를 노리고 대형 TV를 걸어놓은 술집에서도 외교관들의 응원 열기는 마찬가지. 월드컵 개막전날 브라질 외교관들은 자국 선수들의 유니폼과 같은 색깔의 티셔츠를 입고 모여들어 삼바춤을 추며 열광했다. 이에 질세라 역시 열성적인 축구팬이 많은 스코틀랜드인들도 전통의상인 킬트를 입고 나와 맥주를 마시며 브라질을 이기라고 응원했다.

지난 대회때 내전으로 참가하지못했던 유고 외교관들은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코소보 사태와 관련, 유고를 제재 해야 한다는 소리에도 관대하게 대했다고 이 지역 언론들은 전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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