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전국적으로 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선거의 결과가 뜻밖이었다는 사람은 별로 찾아보기 어렵지만 선거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꽤 많아진 것 같다.내가 잘 아는 사람 하나가 투표통지서를 받았지만 투표하러 가지는 않겠다고 하기에, 당신 같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투표를 안하면 민주주의가 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따졌지만 막무가내였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꼴도 보기 싫다면서 그는 끝내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
투표율이 50%를 좀 넘어섰다는 6·4지방선거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적 무관심이 결국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명백하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누가 되면 어떻습니까. 그 사람이 그 사람인데』
유럽의 어떤 나라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에 불참하면 구류처분을 받거나 아니면 벌금형에 처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나라에서는 투표율이 언제나 90%를 넘는다는 것이다. 『누가 되면 어떻습니까』라는 말은 매우 잘못된 말이지만 그 말이 튀어나오게 되는 까닭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오늘쯤 한나라당의 과반수 의석이 무너질듯 하다는 정계 소식통의 전망이 있었다. 5,6명의 한나라당 의원이 국민회의로 당적을 옮길 예정이라고 하였다.
그 수가 5,6명이 되건 6,7명이 되건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은 왜 정당을 옮겨야만 하는가, 바로 거기에 오늘 한국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에는 솔직히 말해서 정당이 없는 것이다. 정당이 없기 때문에 정당정치도 또한 없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정당은 대통령을 위해서만 존재의 이유를 지녔던 것이다. 자유당도 공화당도 민정당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한국당은 김영삼 대통령을 위한 정당이었다. 한나라당은 존재의 이유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떠난 당이니까.
정치가 재미 없는 까닭은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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