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과 변호인’으로 만났다초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가 18년만에 변호사와 피의자의 신분으로 만났다.
2월초 신용카드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채의석(蔡義錫·38)씨가 한기광(韓基光·39) 변호사와 알게된 것은 68년 충남 홍성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초등학교 6년동안 계속 같은 반이었던 이들은 서로 1등을 다투는 경쟁자이자 늘 함께 붙어다니며 장난치는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채씨가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면서 둘의 사이는 멀어져갔다. 채씨는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3년만인 76년 상경, 금속공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가면서 공부도 계속해 그해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채씨가 한변호사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80년 1월. 한변호사가 성균관대 법학과에 합격했을 무렵이었다. 『서로의 처지는 다르지만 각자 열심히 살아 성공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긴 채 두사람은 긴 이별을 했다.
그후 직업훈련소에서 기술을 배우는 등 각고의 노력를 한 채씨는 89년 지방에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차렸지만 7,000만원의 빚을 진채 3년만에 문을 닫아야만 했다. 채씨는 빚을 갚기 위해 새벽에는 우유배달, 낮에는 컴퓨터판매, 밤에는 택시수습기사를 했고 아내도 파출부 일로 보탰지만 이자만 불어날 뿐이었다. 세들어 사는 집의 가스공급이 끊기고, 아들의 분유값도 댈 수 없었다. 급기야 채씨는 96년 은행에 카드가맹점을 개설, 위조 매출전표로 지난해 12월까지 112차례에 걸쳐 4,7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구속됐다.
채씨가 구속되자 아내는 남편이 늘 이야기하던 「법대에 다니던 친구」를 수소문한 끝에 구속 3일만에 경찰서 유치장에서 「죄인과 변호인」으로 18년만에 만났다.
『성공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던 약속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는 한변호사는 『동기가 참작되더라도 실형을 면키 어려운 사안이라 친구로서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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