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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슬픈 자화상/孫豊三 前 국방부대변인(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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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슬픈 자화상/孫豊三 前 국방부대변인(한국시론)

입력
1998.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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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국민 큰 상처 더 이상 신뢰추락 막게 과감한 제도개혁 절실”우리는 늘 말하기를 「병역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한다. 6·25의 참화를 직간접적으로 겪은 우리들이기에 이 문제에 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물론이요, 속마음 또한 그래야 한다고 믿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 병역의 문제에 관한한 우리 사회에는 절대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 문제에 관해서라면 토를 달지 않는 우리들의 속마음은 어떤 것일까?

혹자는 그것도 몰라서 묻느냐고 필자를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한번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병역문제에 대한 우리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우리 사회는 지금 병역문제에 관한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있는 군 내부의 부패관료와 그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온 다수의 지도층 인사들 때문에 그렇잖아도 어려운 이 시기에 또다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병역은 신성하되 내 아들만은 예외여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를 가진 소위 「가진 자들」의 이기주의 때문에 애꿎은 국민들이 깊은 상처를 입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속속 드러나는 엄청난 비리를 보며 무엇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렇게 총체적 난국에 처하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뿌리가 썩었으므로 결실이 애당초 불가능했음을 말이다.

군은 그동안 높은 담장으로 보호되어 왔다. 그것은 군이 맡고 있는 역할의 특수성상 그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국민들의 선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군이 어떻게 여겨왔던 그것은 분명히 국민들의 허락이 전제된 일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군의 판단과 행위 일체는 전적으로 그들 자신의 책임이었다. 그런데 만일 군이 이 무거운 책임의식을 망각하거나 무시하고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국민의 무서운 회초리를 피할 수 없다. 국민은 더이상 자격미달의 그들을 높은 담장으로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더이상 군이 우리 사회의 성역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가시화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군 행정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병역문제가 쓸데 없이 공론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자라나는 세대들이 국가와 민족적 차원의 가치를 외면하고 이기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물드는 것을 깊이 우려해왔다. 그런데 이제 그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말로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허무하게 무너진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긴급히 요구된다. 이를 방치한다면 경제적 난국보다 더욱 무서운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정부는 실제적이고 과감한 개혁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는 것만이 감히 접근할 수 없는 군의 신성한 문으로 들어서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이는 운명적인 것이며 누구에나 해당되는 당연한 일이라고 애써 자위해왔던 국민들의 상실감을 위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부는 이번 병무비리에 결부된 것으로 확인된 군 내부의 관련자들은 물론 기타의 문제인사들을 가감 없이 공개하고, 또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정부가 분명한 의지만 갖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만일 국민들로 하여금 문제를 축소해 덮으려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면 이 정부의 모든 개혁조치는 그 신뢰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수사를 맡고 있는 군 당국 또한 이 일을 그저 있을 수 있는 일회성 잘못 쯤으로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군은 이번 기회에 정치권이나 여론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군의 당당한 판단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민들은 언제나 용서와 관용의 눈길로 군을 바라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 군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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